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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사 2010.8.~

마리아나 해구는 ‘온실가스 저장고’

ㆍ물고기 등 유기물질 축적… 대량의 탄소 흡수 밝혀져

해저에 온실가스를 저장하는 것이 가능해질까.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바다로 알려져 있는 마리아나 해구가 다량의 탄소를 흡수, 저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해저를 온실가스 저장고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덴마크, 영국, 독일, 일본 등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진은 무인 잠수정으로 마리아나 해구를 조사한 결과 이 일대가 아마존 밀림처럼 다량의 온실가스를 흡수해 지구의 허파 구실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덴마크남부대학의 로니 글루드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지상의 기압보다 1000배가량 높은 심해의 수압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티타늄 잠수정을 마리아나 해구에 투입해 해구 바닥의 탄소량 등을 측정했다. 그 결과 다량의 탄소가 저장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또 얕은 바다에서보다 박테리아의 탄소 분해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해저 6000m 이상 깊이의 해구에 대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마리아나 해구에 다량의 탄소가 축적돼 있는 것은 이곳이 해조류와 물고기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유기물질을 모으는 덫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해구가 바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2% 정도에 불과하지만 다른 해저 지역보다 더 많은 유기물이 축적되기 때문에 다량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루드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전에 알지 못했던 거대한 이산화탄소를 흡수, 저장하는 창고를 발견한 셈”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마리아나 해구에 어느 정도의 탄소가 저장돼 있는지, 박테리아가 얼마만큼의 탄소를 정화하는지, 앞으로 어느 정도 더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이번 조사 결과로 해저에 탄소를 모은 후 저장하는 ‘탄소 포집·저장기술(CCS)’을 적용하는 것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캐나다 캘거리대학의 지구화학자 데이비드 키스는 2008년 해저에 관로를 연결해 액화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방법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CCS로 저장된 온실가스가 해저 등에서 누출되면 새로운 환경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북태평양의 북마리아나 제도와 괌 동쪽에 있는 마리아나 해구는 길이 약 2550㎞, 평균 너비 70㎞, 평균 수심 7000~8000m로, 가장 깊은 비티아즈 해연의 깊이는 1만1034m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