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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사 2010.8.~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적과의 동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적과의 동침’

ㆍ이, 건축물자 제공하고… 팔, 유대인촌서 품 팔아

‘정치는 정치, 경제는 경제.’ 정치·군사적으로 반목하고 있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주민들이 경제영역에서는 장벽을 허물고 넘나들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스라엘 건설업체들은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의 도시 건설에 물자를 제공하고,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증오의 원천인 유대인 정착촌에서 품을 팔고 있는 것이다.

28일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에서 건설되는 첫 현대적인 도시 건설에 이스라엘 기업 약 20곳이 공급하는 건축물자가 사용되고 있다. 예루살렘에서 북쪽으로 약 30㎞ 정도 떨어진 요르단강 서안지역의 라와비시 개발책임자 바샤르 마스리는 이날 이스라엘 업체들과 건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라와비는 앞으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도시다. 팔레스타인은 최근 중동 평화협상과 상관없이 내년에 독립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국제사회에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마스리는 “가능하면 팔레스타인 기업이 생산하는 물자를 이용하려 했지만 구할 수 없었다”면서 “다만 이스라엘 업체들에 (유대인)정착촌에서 생산되는 물자는 사용하지 못한다는 조건을 걸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기업들의 조달능력이 달려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설명이다. 

마스리는 그러나 라와비 건설에 참여하는 이스라엘 업체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정착촌 주민들이 이스라엘 기업의 팔레스타인 개발사업 참여를 팔레스타인에 굴복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1967년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역과 동예루살렘에 건설돼온 유대인 정착촌은 중동 평화협상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이스라엘 업체들이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건설을 반대하는 자국민의 감정을 무릅쓰고 물자공급계약을 체결했다면,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은 국내법으로 금지된 유대인 정착촌 내 취업을 불사하고 있다. 알 자리라 방송에 따르면 유대인 정착촌 건설현장의 노무자 또는 고용 농부로 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은 2만1000명에 이른다. 

팔레스타인 정부는 법으로 자국 노동자들이 정착촌에서 노동을 할 경우 벌금과 함께 중형을 선고토록 하고 있지만, 정작 법집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경제봉쇄 탓에 정착촌에서 얻을 수 있는 만큼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알자지라 방송 사이트 갈무리 사진입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을 불법적으로 점령해 건설한 정착촌의 사진이에요.

알자지라 방송 기사를 링크합니다.
Israeli firms back Palestinian c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