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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사 2010.8.~

‘두 대통령’ 코트디부아르, 일촉즉발 내전 위기

‘두 대통령’ 코트디부아르, 일촉즉발 내전 위기

ㆍ야당의 대통령 당선자 유엔·주변국들이 인정
ㆍ현 정부 지지자들 반발충돌로 수백명 사망·실종
ㆍ자칫 대규모 학살 가능성

대통령 선거 후보 2명이 각각 당선을 선언한 코트디부아르에서 내전이 재발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유엔총회와 주변국들이 야당의 대선 승리를 인정하고 나섰지만 군과 주요 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현 정부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여 사태가 평화적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24일 알자지라방송 등에 따르면 유엔은 23일 총회를 열고 알라산 와타라 대통령 당선자가 지명한 외교관들을 코트디부아르의 정식 대표부로 승인하는 것에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지난달 28일 실시된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와타라 전 총리를 코트디부아르의 대통령으로 인정하면서 로랑 그바그보 대통령에 대한 퇴진 압력을 강화한 것이다. 코트디부아르, 세네갈, 토고 등 서아프리카 8개국 중앙은행이 소속된 서아프리카중앙은행(BCEAO)도 성명을 통해 와타라를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그바그보에 대한 금융동결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코트디부아르 남부를 장악하고 있는 그바그보 지지세력이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곳곳에서 총격전 등 반군과 정부군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유엔은 23일 코트디부아르에서 대선 관련 폭력사태로 173명이 사망하고, 114명이 실종되거나 고문을 당했다고 밝혔다. 강경화 유엔인권기구 부대표는 지난 16~21일 사이 471명이 체포됐다고 말했다. 또 유엔은 그바그보 측 지지자들이 옛 수도이자 최대 도시인 아비장과 주변 지역에서 집집마다 그바그보 지지자와 와타라 지지자를 구분하는 인종 표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자칫 대규모 학살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바그보 측 지지자들은 중무장 상태로 아비장 주변을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응해 와타라 측은 아비장 내 골프 호텔에 근거지를 만들어 그바그보 측과 대치하고 있다. 와타라가 묵고 있는 호텔 앞에는 그를 보호하기 위해 유엔 평화유지군 800명이 배치돼 있으며, 호텔 주위는 그바그보가 장악한 정부군이 포위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코트디부아르 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 결선투표 결과 야당인 공화당(RDR) 소속 와타라 전 총리가 54.1%를 득표해 45.9%를 득표하는 데 그친 그바그보 현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바그보 대통령이 장악하고 있는 헌법위원회는 선거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그바그보의 승리를 선포하자 와타라와 그바그보는 각각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바그보 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남부는 인구 대부분이 기독교계이며, 와타라 전 총리를 지지하는 북부는 무슬림이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북부와 남부는 2000년 그바그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부터 반목하고 있다. 2002년에는 북부를 장악한 이슬람 반군과 남부의 기독교계인 정부군의 무력충돌이 일어나면서 내전으로 이어졌다. 이후 산발적인 충돌이 계속되다가 2007년 평화협정을 맺은 바 있다. 현재 코트디부아르에는 유엔 평화유지군 약 7400명이 주둔 중이다.

한편 내전 우려가 커지자 독일,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각국 정부는 코트디부아르 내 자국민들에게 잇따라 대피령을 내리고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