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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사 2010.8.~

아이티 대선, 지진·콜레라 속 강행

지도 출처는 위키피디아입니다.


아이티 대선, 지진·콜레라 속 강행

ㆍ“통치력 없는 현 대통령 내쫓기 우선”

아이티에서 오는 28일 대통령 선거와 총선이 함께 실시된다. 지진 피해와 콜레라 확산으로 국민 상당수가 생존조차 위협받는 상황에서 선거연기론이 대두됐지만 예정대로 치러진다. 

26일 DPA통신에 따르면 25일 현지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이티 야권의 대표 인사인 진보국민민주당(RDPN)의 미를란드 마니가 후보(70·여)가 36%의 지지율로 집권 통합당(INITE)의 주드 셀레스틴 후보(20.1%)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현재 아이티 대선에는 19명의 후보가 난립해 있지만 마니가와 셀레스틴 외에 나머지 후보들에 대한 지지율은 1~10%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민들은 후보 개개인은 물론, 선거 자체에 대해 아무런 기대도 품지 않고 있다는 게 외신이 전한 현지 민심이다. 

한 아이티인은 25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투표를 하든 안 하든 우리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을 얻게 될 뿐”이라며 절망감을 표시했다. 현지의 유엔과 유럽연합(EU) 관리들은 약 450만명의 선거인 가운데 투표율이 40%에도 못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진과 콜레라로 인한 혼란부터 수습해야 한다며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거듭된 재앙 속에서 통치력을 보여주지 못한 르네 프레발 현 대통령의 축출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득세했다. 특히 1988년 취임 4개월 만에 쿠데타로 축출당한 레슬리 마니가 대통령의 부인인 마니가 후보는 프레발 대통령의 축출이 아이티 재건을 위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엔도 새로운 정부의 등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케네스 머텐 주아이티 미국 대사는 “(미국은) 결정을 내릴 수 있고, 권력을 가진 새로운 파트너를 원한다”고 말했다. 유엔 아이티안정화지원단(MINUSTAH)은 선거가 평화적으로 치러질 경우 평화유지임무 수행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25일 밝혔다.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잇따르고 있는 선거관련 폭력사태도 아이티인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일어나고 있는 야당 지지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인해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난 22일에는 셀레스틴의 지지자 3명이 괴한의 총격으로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대통령과 함께 상원 30석 가운데 11개 의석, 하원 99석을 뽑는 이번 선거는 28일 약 1만1000개 이상의 투표소에서 실시되며 결과는 12월 중에 발표된다. 선거바람 속에서 콜레라로 인한 공식사망자는 26일 현재 1603명에 달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