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비밀 풀 ‘反물질 원자’ 첫 포착

빅뱅 비밀 풀 ‘反물질 원자’ 첫 포착

ㆍ유럽핵연구협회 “생성 후 0.2초간 존속 성공”

우주 탄생의 비밀을 밝혀줄 ‘반(反)물질 원자’가 처음으로 포착됐다. 과학자들은 이번 실험의 성공이 우주 탄생을 뜻하는 빅뱅에 대한 연구에 큰 진전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7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유럽핵연구협회(CERN)는 38개의 반(反)수소 원자를 포착해 0.2초 동안 존속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CERN은 이전에도 반물질 자체를 생성하는 것에는 성공한 적이 있었으나 반물질이 생성된 후 바로 다른 물질과 충돌하면서 소멸, 연구에 활용하지 못했다. 

반물질 원자는 보통의 원자를 이루고 있는 양성자와 중성자, 전자 등의 입자와 성질이 반대인 반(反)입자들로 구성된 원자를 말한다. 예를 들어 보통의 원자를 이루고 있는 전자가 음의 전하를 띠고 있는 것과 달리 전자와 대칭되는 반입자인 양전자는 양의 전하를 띤다.

CERN은 이번 실험 결과를 통해 우주의 근본구조에 대한 연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빅뱅 당시 같은 양의 물질과 반물질이 함께 생겨났는데 반물질은 모두 사라지고 보통의 물질만 남아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빅뱅 직후 물질과 반물질들이 서로 충돌, 연쇄 폭발하면서 소멸했고 이 폭발에서 살아남은 물질들이 우주를 구성하게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물질을 만들려면 반입자 가운데 양전자와 반양성자를 결합하면 되지만 이때 형성된 반물질은 보통의 물질과 접촉하는 즉시 파괴된다. 이를 막기 위해 CERN은 영하 272.7도 상태의 진공용기 안에서 양전자와 반양성자를 만나게 해 이들의 움직임을 느리게 하고, 진공용기 주변에 자기장을 만들어 생성된 반수소 원자가 빠르게 이동하지 못하도록 했다. 

연구팀의 덴마크 오르후스대학 제프 항스트 교수는 “원자들은 약간의 자성을 띠고 있으며 반물질 원자 역시 자성을 띠고 있으므로 자기장을 만들어 포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CERN은 앞으로 더 많은 반물질 원자를 안정적으로 포착하는 실험을 계속할 계획이다.

반물질과 물질이 서로 접촉해 소멸할 때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발생한다. 댄 브라운 원작의 소설 <천사와 악마>에서도 반물질은 매우 소량으로도 대규모의 폭발을 일으키는 폭탄 재료로 소개된 바 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