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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반 과로사’ 운동

** 이 기사는 최근 48기 수습기자로 입사한 박은하 씨가 아이디어를 내고 제가 정리한 내용입니다. 아직은 기자명을 기사에 달 수가 없어 박은하 씨의 이름은 기사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에 따로 밝혀 둡니다.

과로로 인해 사망하거나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일본에서 ‘반(反) 과로사 운동’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과로로 인한 문제에 대해 상담을 해주는 과로사110번전국네트워크가 12년 동안 펼친 반 과로사 운동 덕분에 산업재해로 인정을 받아 손해배상을 받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에게 시간 외 근무를 밥먹듯이 하게 하는 일본의 기업 문화는 좀처럼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일본 내에서 과로사 방지 운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과로사110번전국네트워크는 1988년 4월 오사카에서 처음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 단체는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한 병이나 병으로 인한 사망, 장애 등에 대해 상담을 해주고 있다.

1988년 10월에는 과로사변호단전국연락회를 만들었고, 11월에는 전국에서 발생한 과로사에 대해 산업재해로 인정해 달라는 신청을 냈고, 1989년 5월 처음으로 오사카에서 과로사를 노동자재해보상보험 대상에 해당되는 것으로 인정받았다.

이 단체의 활동 덕분에 1980년대 말 과로사로 인정되는 비율이 4%에 불과했던 것이 최근에는 40%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이런 활동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 사회복지 관련기관들은 매년 1만건 이상의 과로사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들의 과로사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로 과로사로 사망한 노동자의 유족들이 손해배상 소송까지 걸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도 6년 전 우울증으로 자살한 한 기업 간부직원에 대해 지방법원이 유족 측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한 기업의 간부직원이었던 43세 남성의 자살에 대해 유족들이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우울증이 원인이라며 회사 측을 상대로 1억1580만엔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29일 마에바시지방법원은 회사 측에 유족에게 약 6590만엔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남성은 본사가 군마현 키류시에 있는 메디스코포레이션의 재무경리부장으로 일했던 2004년 8월에 자살했다. 같은 해 1월쯤부터 업무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토·일요일은 물론 연휴에도 출근해서 일을 해야만 했다. 시간 외 근무가 최대 월 228시간에 달하게 되면서 6월쯤부터는 불면증을 호소했고, 아침식사도 먹지 못하게 됐다. 키류시 노동기준감독서는 2007년 자살을 산재로 인정했다.

지난달 2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매우 긴 시간 동안의 노동으로 인한 피로를 회복할 만한 휴식을 취하지 않았다. 2004년 7월에는 우울증 상태였던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판결문은 또 “업무량이 늘어난 이 남성을 지원할 태세를 구비하지 않는 등 회사 측은 큰 육체적, 정신적 부담을 줬고, 건강이 악화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쉽게 예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회사 측은 “평소 행동으로는 우울증에 걸렸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고, 자살할 것이라고도 예견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판결에 대해 과로사변호단전국연락회 대표간사인 마츠마루 타다시 변호사는 “이 남성의 근무시간은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들 정도의 초장시간 노동”이라며 “판결 내용은 적절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일본 중의원 앞에서는 과로로 사망한 회사원들의 유족들이 과로사를 막을 수 있도록 ‘과로사 등 방지기본법’을 제정하는 집회를 열었다.

일본공산당에 따르면 과로사나 과로로 인한 우울증으로 자살한 이들의 유족 등이 모여 만든 ‘전국 과로사를 생각하는 가족의 모임’은 13일 중의원 제2의원회관에서 ‘스톱 과로사’를 표어로 한 집회를 열고 과로사 등 방지기본법 제정을 요구했다. 150명이 넘는 참가들은 ‘한시라도 빨리 과로사를 막길 원한다‘ ‘우리 같은 가족들이 두 번 다시 나오지 않도록’ 등의 내용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렸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이 법안에는 과로사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용자와 사용자단체의 책임과 의무를 명확히 하는 것과 함께 음식점이나 상점 들의 영업시간 규제를 강화하고 과로사가 발생한 기업의 이름을 공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과로사변호단전국연락회의의 카와히토 히로시 간사장은 “잔업시간의 상한을 노사간에 정하도록 한 협정에서 월 150시간을 넘는 경우가 있었다”며 “국제수준으로 따지면 몇 세기나 늦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법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집회에는 일본공산당의 다카하시 사즈코 중의원 의원과 다무라 토모코 참의원 의원 외에 민주당 국회의원들 일부가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