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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기사 2010.5.~

“사또 송덕비냐” 퇴임 동작구청장 찬양 ‘눈총’ 2010.7.7.

ㆍ구민 이용 문화원 앞에 화려한 대리석 비석 세워

서울 동작구에서 때아닌 ‘원님 송덕비’ 논쟁이 일고 있다. 

지난 2일 상도2동 동작문화원과 동작구보건소 앞에 높이 1.5m의 비석이 세워진 게 발단이다. 비석에는 지난달 30일 임기가 끝난 김우중 전 구청장(68)의 사진·약력·공적이 ‘동작을 빛낸 인물’이라는 글자와 함께 담겼다. 

동작문화원이 앞장서 벌인 일이지만, 공공기관 앞에 세워진 전직 구청장의 송덕비를 두고 눈살을 찌푸리는 시민들도 많다. 

6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동작문화원 앞에서 한 주민이 김우중 전 동작구청장의 공덕비를 보고 있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대리석으로 제작된 비석에는 김 전 구청장 부모의 이름에서부터 출생·연혁, 현재의 가족관계, 가훈·좌우명, 고교 졸업 후 현재까지 크고 작은 이력 등이 자세하게 기록됐다. 문화원의 내력을 구청장 개인의 송덕비에 화려하게 담아 사람들이 오가는 공적 장소에 세운 것이 논란을 일으킨 셈이다. 

동작문화원 측은 “김 전 구청장이 여러모로 도움을 준 것에 대한 감사 표시”라며 “제작비 700만원은 문화원 이사들과 문화원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모금으로 마련했고 구청이나 문화원 예산은 들어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화원 앞에 원래 세워져 있던 유일한 박사 비석처럼 지역을 빛낸 인물이라는 의미에서 건립한 것”이라며 “논란을 피하기 위해 임기가 지난 후 비석을 세웠다”고 덧붙였다. 

비석에는 “동작문화원을 설립하여 전국 최고의 문화원으로 성장·발전시켜 왔다”며 “12년간 구청장으로 봉직하며 구민의 행복지수를 향상시키는 빛나는 업적을 남겼기에 그 큰 덕을 기리고자 이 비를 세우다”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생존 인물의 비석을 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주민 김모씨(42)는 “돌아가신 분도 아니고 살아 있는 전 구청장의 공을 기리는 비석을 세우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감사 표시는 할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공적 장소에 누가 봐도 이렇게 화려한 비석까지 세울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 홍모씨(31)는 “조선시대 사또들처럼 억지로 백성들한테 송덕비를 세우게 했던 것은 아닐 테지만 공공기관 앞에 세워진 전직 구청장의 비석은 몸에 맞지 않는 옷같이 어색하다”며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과유불급이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