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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재개발기사 2007~2010

옥수동 ‘서울의 달’이 진다…12·13구역 본격 재개발 2008.8.27.

옥수동 ‘서울의 달’이 진다…12·13구역 본격 재개발
 김기범기자 holjjak@kyungh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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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 ‘서울의 달’의 무대였던 서울 옥수동의 마지막 남은 달동네가 사라진다. 

저소득층과 서민들의 주거가 밀집돼 있는 서울 옥수동 재개발 예정지역. <정지윤기자>


1994년 방영 당시 시청률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던 ‘서울의 달’에서 제비 홍식(한석규), 평범한 달동네 처녀 영숙(채시라), 퇴물 제비(김용건) 등 서민들과 저소득층의 보금자리로 그려졌던 옥수동은 현재 재개발사업으로 대부분 아파트촌으로 변했다. 성동구 매봉산 바로 밑의 12, 13구역을 제외하고는 ㄱ아파트, ㄴ타운, ㅅ아파트, ㅎ아파트 등이 들어서 옛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12, 13구역에서는 70, 80년대의 달동네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고교시절 옥수동 달동네를 지나 등·하교를 했다는 임모씨(32)는 “얼마 전 오랜만에 옥수동에 갔었는데 20년 전 있었던 문방구와 유리가게 등이 그대로 있는 모습을 보고 시간이 멈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재개발 전 옥수동은 싼 전·월셋방이 많아 저소득층과 서민들이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도심 인큐베이터’ 구실을 해왔다. 

20여 년 전부터 옥수동에서 살아온 한 주민은 “옥수동 전셋방에 살면서 돈을 모아 집도 마련했고, 자식들 대학 공부도 시킬 수 있었다”며 “전셋방을 전전하느라 힘들기도 했지만 옥수동의 싼 집세 덕분에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옥수동 주민들은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는 제목의 연극처럼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한강과 압구정동이 훤하게 보였다고 회상한다. 주민 김모씨는 “십수년 전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마당에만 나와도 한강이 보였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옥수동에 살았다는 직장인 윤주일씨는 “고등학교 시절 옥수동 꼭대기 버스종점 근처에서 친구들과 연극 포스터를 보고서 옥수동 사람들을 무시하는 거냐고 욕을 했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남은 2곳의 재개발구역 가운데 옥수 제12구역은 지난달 관리처분 총회 후 주민공람공고까지 마쳤다. 성동구는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나는 대로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할 방침이다. 

재개발이 임박하면서 12구역 주민들은 서둘러 이사갈 집을 찾고 있다. 그러나 주변 전셋값이 크게 올라 서울 외곽으로 이사 가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80년쯤부터 옥수동 전셋방에서 살아온 박모씨는 “근처에서 방을 구하는 건 포기했다”며 답답해했다. 

월셋방에 사는 주민들은 주거이전비를 받아도 임대주택 보증금을 마련하기도 어렵고, 다른 동네에서도 방을 얻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12구역 내의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0만원인 반지하방에서 살고 있는 최모 할머니(82)는 “재개발이 된다는데 어디 가서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걱정에 쌓여 있었다.

<김기범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