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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사 2010.8.~

칠레 광부 33인 48시간마다 우유 반컵·비스킷 반조각 연명

ㆍ사고 17일째 지하 생존 탐지, 금속캡슐로 물·음식 등 공급
ㆍ가족과 통화하며 견뎌내

칠레 산호세 광산 매몰자 33명에게 ‘희망의 빛’이 찾아온 것은 사고 17일째였던 8월22일이었다. 구조대가 8번째로 내려보낸 탐지장치에 ‘33명 모두 피난처에 무사히 있다’는 쪽지가 비닐봉투에 담겨 올라온 것이다. 탐지작업이 7차례 수포로 돌아가면서 칠레 정부조차 ‘생존자발견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비관적인 발표를 한 가운데 날아온 낭보였다.

고온 다습한 공기밖에 없는 622m 지하에 갇혀 있던 매몰자들이 17일 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침착하고 조직적인 대응 덕분이다. 50㎡ 넓이의 대피소 안에서 이들은 광부 경력이 수십년에 달하는 조장 루이스 우르수아(54)와 마리오 고메즈(62)의 지도하에 규칙적으로 생활했다.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48시간마다 두 숟가락 분량의 참치와 우유 반 컵, 비스킷 반 조각을 나눠 먹으면서 굶주림을 이겨냈다. 광부들은 갱도 내 차량 전조등으로 내부를 밝히고, 굴착기로 땅을 파 지하수를 얻었다.

지상과 연락이 닿고 전력과 통신선, 물 공급이 시작된 후에도 생활공간과 배설물 처리 공간,게임 공간 등을 구분하고, 시간표를 만들어 규칙적인 생활을 계속했다. 오전 7시30분 기상하고, 끼니 때마다 금속캡슐 ‘비둘기’를 통해 공급되는 물과 음식, 의약품을 분배했다. 지상에서 보내준 비디오 게임과 MP3 플레이어로 여가생활도 즐길 수 있었다. 지난달에는 칠레와 우크라이나 국가대표 친선 축구경기도 생중계로 볼 수 있었다. 광부들이 보내달라고 지상에 요청한 것 중 담배는 논란 끝에 허가됐지만 술은 끝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긴 지하생활 동안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침착하게 구조를 기다렸다. 가족들과의 통화와 촬영한 동영상을 주고받을 수 있었던 것은 특히 큰 힘이 되었다. 이들은 구조 순서를 놓고도 서로 먼저 나가라고 양보를 해 마지막 순간까지 감동을 안겨줬다. ‘무덤’이 될 줄 알았던 갱도 속 대피공간은 삶으로 돌아오기 전 머물렀던 ‘정거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