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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사 2010.8.~

프랑스 ‘무슬림 버거’ 인기속 역풍 우려도

ㆍ‘할랄’ 고기 사용 매장 증가… 매출은 다른 매장의 2배
ㆍ일반인 음식은 판매 안해 사회통합에 어긋난다 지적

프랑스 내에서 무슬림만을 대상으로 한 패스트푸드 매장이 늘어나면서 이슬람 전통의상 착용 금지법으로 인한 논란에 이어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맥도널드에 이어 프랑스 내에서 두 번째로 큰 패스트푸드 체인 ‘퀵(Quick)’은 할랄(halal) 식품만으로 만든 버거를 판매하는 매장 14개를 이날부터 추가로 개장해 모두 2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 하에서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가리킨다. 할랄 식품만을 판매하는 이들 22개 매장에서는 버거에 베이컨 대신 훈제 칠면조 고기를 사용하며, 쇠고기도 할랄식으로 도축된 것만을 사용하고 있다는 증명서를 매장 내에 걸어놓고 있다.

프랑스 내에 500만~600만명가량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무슬림들이 퀵의 할랄 매장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이 매장들의 판매액은 일반 매장의 2배에 달하고 있다. 프랑스의 할랄 식품 시장은 현재 550만유로(83억여원) 규모로, 매년 20%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

그러나 이번 할랄 매장 확대는 히잡(머리에 쓰는 이슬람 스카프)이나 부르카(전신을 감싸는 이슬람 전통의상) 등 신체를 가리는 이슬람식 베일의 착용금지 논란에 이어 다시 프랑스 내에 인종 차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할랄 전문 매장이 소수민족 통합과 사회적 동화라는 프랑스의 국가목표에 부합되지 않고, 프랑스 내 다른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브루노 르 마리 프랑스 농무장관은 “이 같은 특정 인종을 겨냥한 마케팅은 프랑스적 가치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할랄 전문매장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할랄 식품이 아닌 메뉴는 제공하지 않는 것도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파리 교외 세브랑의 스테판 가티뇽 시장은 “세브랑에 들어선 할랄 전문매장이 다른 소수 민족들의 출입이 배제된 채 무슬림만의 집합소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내 무슬림 사회는 할랄 전문매장이 자신들의 기호를 충족시켜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안 그래도 이슬람에 대한 논란이 많은 프랑스 사회에서 자칫 역풍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편 프랑스 상원은 이달 안에 부르카 등 이슬람식 베일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표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