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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사 2010.8.~

이스라엘, 정착촌 정책 ‘내우외환’

배우 등 53명 공연거부 선언
ㆍ팔측 “건설재개땐 협상 중단”
서안지구 테러로 4명 사망

이스라엘 내에서 정부의 유대인 정착촌 정책에 반대하는 지식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2년 만의 직접협상을 이틀 앞두고 팔레스타인에서는 이스라엘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발생해 긴장이 고조되면서 협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알 자지라 방송과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에 따르면 이스라엘 내 대학교수 150여명은 요르단강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에서 오는 11월에 열릴 아트센터 개장 기념공연을 거부하겠다고 밝힌 배우 및 극작가들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 ‘그린라인’ 밖에서의 어떠한 강의나 토론, 세미나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대인 정착촌을 영구화하려는 것은 이웃인 팔레스타인인들과의 평화 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린라인은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 가자지구 등을 점령한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전의 국경을 의미한다. 이스라엘은 이들 점령지역에 유대인 정착촌 200여곳을 건설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이스라엘 배우와 극작가, 연출가 등 53명은 요르단강 서안지구 아리엘 정착촌 내 극장에서 공연을 거부하는 연대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이스라엘의 대표 작가인 A B 예호슈아, 아모스 오즈, 다비드 그로스만 등도 배우들의 공연 거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배우와 극작가들이 정착촌 공연 거부를 선언한 것은 정부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들어선 유대인 정착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아리엘에 오는 11월 새 아트센터를 열고, 개장을 기념하는 대규모 공연을 벌일 예정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의 정착촌을 영구화하려는 정책에 반대하는 의미에서 아리엘에서의 공연은 물론 다른 정착촌에서의 공연도 거부했다. 

지난달 30일에는 텔아비브 하비마 국립극장 앞에서 3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항의집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 내부에서 이스라엘의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며 이들 배우와 극작가들이 소속된 극단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직접협상을 이틀 앞두고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발생한 테러로 인해 양측 사이에 긴장이 높아가고 있다. 

1일 A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서안지구의 헤브론 인근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총격으로 이스라엘인 4명이 사망했다. 사건 발생 후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운동조직 ‘예샤’는 테러를 저지른 하마스를 비난하며 지난해 말부터 중단된 정착촌 건설을 1일 오후 6시부터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말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오는 9월26일까지 10개월 동안 정착촌 건설을 중단했지만, 예샤를 비롯한 이스라엘 보수세력들은 건설 재개를 정부에 요구해왔다.

팔레스타인 측이 유대인 정착촌 건설이 재개되면 평화협상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입장인 점과 하마스가 이번 테러를 “영웅적인 행위”라고 평가하며 “앞으로 공격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힌 것도 평화협상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