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란 호수. 푸른아시아 제공.
푸른아시아를 아십니까?
“푸른아시아를 아십니까?” 하면 대부분 “잘 모른다”고 답한다. “처음 듣는데요, 뭐 하는 단체죠?” 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지 푸른아시아는 한국에 본부를 두고 있지만 주 활동 무대는 아시아의 사막화현장, 몽골과 미얀마이기 때문이다.한국에서의 활동보다 몽골과 미얀마에서 활동하지만 그 취지를 아시는 분들이 후원자로 참여해 든든한 기반이 되어주고 있다.
푸른아시아는 15년전부터 몽골에 나무를 심어온 국제개발 환경 NGO다. 지구환경기금(GEF),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공인 NGO로 등록되어 있으며, 유엔경제사회이사회(UNECOSOC) 특별협의단체로 등록되어 있다. 푸른아시아는 왜 한국땅을 두고 춥고 메마른 몽골땅을 찾아갔을까? 그 대답은 몽골에 있다.
#몽골의 사막화가 심해질수록 서울의 황사도 심해진다
몽골은 기후변화의 가장 심각한 피해지역이다. 과거 107년간(1906년~2013년) 지구 평균기온은 섭씨 0.89도 올랐다. 그런데 몽골은 지난 67년새(기온 측정한 이래) 섭씨 2.1도가 올랐다. 2.1도의 기온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실은 생태계에 엄청난 충격이다. 몽골에서 2.1도가 오르는 동안 강이 887개, 호수가 1,166개, 샘이 2,096개 사라졌다. 몽골의 강이 3,000여개 정도 되니 약 3분의1 정도가 사라진 것이다. 강이 메마른 곳에는 마치 널따란 평원에 거대한 뱀이 지나간 자국처럼 약간 패인 길다란 길만 보인다.
강과 호수가 메마를 정도면 땅은 엄청 건조해진 상태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2010년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사막화 영향으로 몽골의 동식물종 75%가 멸종했다. 과거에는 몽골의 전 국토 중 사막이 40%, 초지가 40%, 산림과 도시가 20% 정도 되었는데 2010년 조사에 따르면 몽골 땅 97%가 사막화되었다. 왜 하필 몽골만 이렇게 기온이 오르고 생태계가 파괴되고 사막화가 심해졌을까?
다들 아시다시피 몽골은 유목국가다. 거대한 산업단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막화가 심해졌나? 일부 학자들은 지나치게 많은 가축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가축의 영향은 20%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문제는 중국, 한국, 일본 등 주변국의 온실가스 배출이 급격히 증가한데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런 기후변화와 생태계 충격이 비단 몽골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봄철 불청객 황사의 발원지가 바로 몽골이다.
지난 3월 극성을 부린 황사는 몽골의 사막화지역에서 시작되어 편서풍을 타고 중국을 거치면서 미세먼지를 안고 한반도로 불어닥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의 하늘을 깨끗하게 하려면 우리나라의 노력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의 하늘을 깨끗하게 하려면 몽골의 사막화를 막아야
기후변화, 환경의 영향에 국경은 없다. 우리나라에 황사를 줄이고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몽골의 사막화지역을 생태복원하고 중국 산업단지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하며 우리나라 또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지도 참고)
우리나라 미세먼지와 황사를 줄이는 궁극적인 해법은 한국, 중국, 일본, 몽골 등 아시아국가들의 생태계 복원 협력체제다. 그 중 가장 시급하고도 원초적인 처방은 몽골 사막화지역의 생태복원이다. 이런 일들은 정부간 협력체제 하에 NGO가 나서서 실제적인 일을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다. 푸른아시아는 정부간 협력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우선 먼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시작했다. 그것이 몽골의 사막화를 극복하기 위한 나무심기다.
푸른아시아가 몽골에 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은 벌써 15년 전이다. ‘기후변화’란 말조차 생소할 때 이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궁극적인 방법으로 나무심기를 시작한 것이다. 몽골에서의 나무심기는 세계 각국의 NGO들이 제각각 다 시도했다. 하지만 15년동안 일관되게 추진해오고 있는 NGO는 대한민국의 푸른아시아가 유일하다. 세계 각국의 NGO들은 직접 현장에서 나무를 심는 방식 대신 몽골의 NGO를 지원하는 방식을 택했다. 결과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나무를 심기 전에 사람을 심어야
푸른아시아는 처음부터 직접 조림을 추진했다. 몽골에 파견된 푸른아시아 활동가들이 1년 내내 현장을 지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 초기 3년간은 애써 심은 나무가 뿌리내리지 못하고 죽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 후 지역 주민들과 함께 조림사업을 하면서 지속가능한 조림의 노하우를 찾았다. 한국에서의 조림은 몽골에 비하면 너무나 쉬운 일이다. 그냥 나무를 심고 물만 주면 뿌리가 정착된다. 하지만 몽골에서는 최소한 3년은 끊임없이 사람의 손을 빌어 물을 줘야 한다. 3년은 자라야 묘목이 나무처럼 보인다.
조림사업이라고 해서 나무만 심는 게 아니다. 궁극적으로 지역 주민들이 조림과 나무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실 유목민들에게 나무심기를 가르치는 일은 쉬운 게 아니다. 가축을 기르는 것만큼 유익한 일이라는 걸 깨닫게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영농교육이 필수적이다. 주민 스스로 그런 일을 해나갈 수 있도록 자립체계를 구축하는데 무려 7년이 걸렸다.
푸른아시아는 이제 겨우 지속가능한 모델을 하나 구축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2014년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에서 주는 생명의 토지상 최우수상(The First Prize of Land for Life)’을 한국 최초로 받았다. 이 상의 의미는 푸른아시아가 추진해온 방법을 전 세계 기후변화, 토지퇴화, 사막화지역에게 권장하는, 지속가능한 모델로 평가한 데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몽골은 여전히 사막화가 지속되고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1991년 모래먼지폭풍이 20여 차례 불어닥치던 것이 2009년 이후 60여 차례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푸른아시아가 몽골 서부 모래먼지폭풍 발생지인 바양노르에서 한 조림사업에 주목해야 한다. 푸른아시아가 바양노르에 120ha의 조림지(이 조림지의 규모는 바양노르 마을 면적의 10분의 1 정도다)를 만든 후 바양노르의 모래먼지폭풍이 거의 사라졌다. 작은 규모의 시도지만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이제 문제는 조림지역을 넓히는 것이다. 이 일은 푸른아시아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아시아인들이 모두 참여할 때 아시아 생태계 복원은 가능하다.
지난 달 말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 15개국, 아프리카, 유럽, 미국 10개국 시민단체가 참여한 아시아시민사회컨퍼런스가 이를 위한 작은 실천이다. 푸른아시아가 몽골에 간 까닭은 ‘기후변화로부터 안전한 아시아’를 위해서라고 강조하고 싶다.
메말라가는 몽골 중부 어르그 호수. 푸른아시아 제공.
'환경단체,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들의 현장 이야기'는 환경단체,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들의 현장 이야기를 담는 카테고리입니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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