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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환경기자의 환경 이야기

장파천 댐 수몰예정지에 그들이 살고 있었네

경북 영양에는 장파천이라는 하천이 있습니다. 영양 자체가 경북 내륙에서도 개발이 덜 된 곳인데다 장파천 역시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은 곳이다보니 상대적으로 훼손이 덜 던 곳이지요. 그런 장파천 인근 주민들은 2012년 댐으로 수몰이 된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영양댐이라는 이름으로 국토부가 장파천을 가로막아 댐을 세운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양댐이라는 것이 얼마나 쓸모가 없는 댐으로 예상되냐 하면 국토부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협의서에 대해 환경부는 댐건설장기계획에서 제외하라는 의견을 제시합니다. 다른 수자원으로도 충분히 대체가 가능한 만큼 댐을 지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도 경제성이 형편없는 것으로 나타났고요. 말 그대로 토건족들을 위한, 댐 자체를 위한 댐이라는 얘기지요. 그럼에도 국토부는 환경부의 의견을 무시하고 댐 건설을 여전히 추진 중입니다. 현재 영양댐 건설계획은 국토부가 만든 댐사전검토협의회에서 검토될 예정입니다. 댐사전검토협의회가 환경단체들로부터 댐 건설을 추인해주는 국토부의 하수인이라는 비판을 받고있답니다.


자 여기부터는 녹색연합이 지난해 5차례에 걸쳐 실시한 생태계 조사에서 확인된 포유류와 어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의 기사를 보시고, 이 블로그에서는 동물들의 사진을 보시지요.


영양댐 예정지, 멸종위기 담비·산양·삵 서식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8220600035&code=610103


위로부터 순서대로 산양, 담비, 삵이 나오고, 토끼, 멧돼지, 고라니의 모습도 보이네요.



















멧돼지, 토끼, 고라니는 전국에 흔하게 분포하는 녀석들이지만 산양, 담비, 삵은 흔히 보기 힘든 귀하신 몸들이지요. 생명에 귀하고 천함이 있겠습니까만은 후자의 세 동물은 멸종위기종인 만큼 좀 더 신경을 써줘야 하는 녀석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칫 잘못 하다간 한국의 산과 들에서 사라져버릴 수도 있는 동물들이거든요. 실제로 일본에서도 방심하다가 수달이 아예 멸종해 버린 일이 있었답니다.


기사에서 보신 대로, 또 이 사진들에서 보신 대로 영양댐이 건설될 곳에는 포유류만 해도 이렇게 많은 종류의 동물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댐을 지으면 동물들이야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않겠냐고요?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수몰되는 만큼 동물들이 살아갈 공간은 줄어듭니다. 살아갈 공간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먹이가 줄어든다는 것이고, 이는 같은 먹이를 공유하는 경쟁관계의 동물들을 공멸로 몰아넣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100인분의 밥을 100명이 먹다가 50인분의 밥을 100명이 나눠먹게 되면, 그것도 아무 규칙없이 아무렇게나 먹게 놔두면 어떻게 될까요? 100명 중 80~90명은 영양상태가 나빠지지 않을까요? 특히 영양댐 예정지처럼 동물의 서식 밀도가 높은 곳에서 서식공간의 축소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물에서 먹이를 찾는 수달 역시 댐이 생기면 생존이 어렵게 됩니다. 수달은 하천의 상하류를 오르내리며 물고기, 패류, 양서류, 조류를 잡아먹습니다. 댐으로 하천이 가로막히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길이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만큼 먹잇감을 찾기가 힘들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영양댐 건설계획은 필요성이 없는데도 국토부가 억지로 지으려 하는 댐 중 하나입니다. 그런 댐을 위해 이렇게 많은 생명이 사라져가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