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곶자왈 중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거문오름 내 분화구에서 만난 풍혈의 모습입니다. 왜 이렇게 뿌옇게 잘못 나온 사진을 올렸냐고요? 잘못 나온 게 아니라 사실은 따뜻한 공기가 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진을 발로 찍어서 잘 표현이 안 된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요.
작년, 재작년부터 여러 곶자왈들을 가봤지만 겨울에 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이렇게 신기한 모습을 볼 수 있었네요. 아래 링크를 걸어놓은 기사에도 언급했지만 분화구 내를 걷다보니 땅에서 나오는 따뜻한 기운 때문에 기온이 갑자기 올라가 옷을 풀어헤치고, 벗어서 손에 걸게 되었습니다. 제주 치고는 추운 날씨였는데도 말이지요. 나무에 쌓인 물이 녹아서 떨어지는 바람에 수첩에 적어놓은 글자들이 번져나가서 고생하는, 드문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필 수성펜을 들고가는 바람에 더 애를 먹었네요.
곶자왈 중에 가장 유명한 거문오름을 가본 것도 이때가 처음이었는데, 꼭 한번 가볼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탐방을 원하시면 반드시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홈페이지(http://wnhcenter.jeju.go.kr/index.php/contents/black/black?sso=ok)에 가서 예약을 해야합니다. 입장료는 2000원이고, 탐방할 때는 주로 주민들로 이뤄져 있는 자연유산해설사가 동행을 하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를 클릭해 보세요~
공존의 숲, 계절을 잊다… 생태탐방 곶자왈
http://news.khan.co.kr/kh_travel/khan_art_view.html?artid=201501072128185&code=900306&med=khan
여기부터는 거문오름의 모습을 찍어온 사진들입니다.
말발굽 형태의 분화구 내부 모습입니다.
환경부에서 제공해주신 사진들도 보시지요. 아마도 봄이나 여름의 모습인 것 같네요.
곶자왈의 큰 특징 중 하나가 난대성 나무들이 많이 자라고 있다는 것인데요, 그중에서도 내륙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아래 올리는 식나무의 열매가 맺힌 모습입니다. 마침 눈이 온 덕분에 빨간 열매 위에 눈이 쌓인 참으로 예쁜 모습을 볼 수 있었네요.
그런데 제주의 곶자왈들은 그저 아름답기만 한 곳이 아니라 제주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 겪은 곳이기도 합니다. 4.3 항쟁 때는 주민들이 몸을 숨긴 곳이기도 했지요. 거문오름 탐방코스 마지막 부분의 수직굴은 토벌군의 앞잡이로 오인 받은 마을 주민이 살해 당한 뒤 시신이 유기된 곳이기도 합니다. 시신은 50여년이 지난 1990년대에야 발견됐고요. 거문오름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뒤 4.3 유족분들이 탐방을 온 때가 있는데 그때 유족회장을 맡은 분이 바로 억울하게 살해당한 분의 아드님이었다고 하네요. 역사 영화 속 얘기 같은 내용을 들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직굴의 사연을 듣고 지난 10월 중국에 갔을 때 들었던 비슷한 사연이 떠올랐습니다. 중국 공산당의 역사가 시작된 정강산시에 가면 모택동이나 주은래 등이 거주했던 집들이 남아있거나 복원돼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산적 두목이었던 왕줘와 위안원차이가 마오쩌둥 일행에게 제공한 집이었습니다. 마오쩌둥이 징강산에 처음 도착한 때 거처를 제공해준 두 사람은 공산당에 가담한 뒤 스파이라는 죄명으로 살해됐는데 이후에 누명인 것이 밝혀졌습니다.
제가 그들이 마오에게 제공해준 집을 방문했던 날은 마침 마오쩌둥이 징강산에 도착한 1927년 10월 24일로부터 정확히 87년이 지난 2014년 10월 24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집에서는 왕줘의 증손자인 왕화성이 자신의 증조할아버지와 마오쩌둥의 관계에 대해 해설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중국 공산당이 누명을 쓰고 죽은 선조에 대한 보상으로 자손들을 기념관에서 채용해 해설사로 일하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관련 기사는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세상 속으로]중국, 과거를 만나다… ‘신중국’의 시작 홍군 대장정, 그들처럼 걷는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11010025455&code=97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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