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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환경기자의 환경 이야기

제주 올레길과 생명 감수성





지난 1일과 2일 제주에 휴가를 간 김에 관광 삼아, 그리고 약간 취재도 겸해서 올레길 8코스와 9코스를 걸었습니다. 위의 사진처럼 숲의 상당 부분이 폐허처럼 변해버린 9코스를 걸으며 마음이 아파졌습니다.


8코스를 걸으면서 느낀 감정에 대해서는 며칠 전 페이스북에도 올렸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832460923467045&id=100001094341985&notif_t=like


8코스를 걷다보니 기사로 많이 썼던 단어가 쓰여있는 건물이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퍼시픽랜드였지요. 






퍼시픽랜드는 제주 돌고래 방사와 관련된 기사들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보셨을 장소입니다. 아래 기사에도 퍼시픽랜드와 춘삼이, 삼팔이, 태산이, 복순이에 얽힌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제돌이 방류’ 1년, 그 친구들은 어디에… 수조에 갇힌 돌고래들 힘찬 헤엄은 못 치고, 오늘도 쇼만 한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7202128175&code=610103


퍼시픽랜드 건물을 보고, 불법으로 포획된 것으로 인해 대법원이 몰수 결정을 내린 돌고래들을 떠올리며 동물보호단체가 벌이고 있는 '프리 오랑' 캠페인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동물 관련 방송프로그램에도 여러 차례 나온 고양 테마동물원 쥬쥬의 오랑우탄 '오랑이' 역시 불법적으로 한국에 들어온 동물입니다. 밀수로 들어온 동물을 입수한 쥬쥬 측은 이 오랑우탄을 쇼에 동원하며 돈벌이를 하고 있지요. 오랑우탄의 본성과는 거리가 먼 삶을 강요하면서요.


지난 5일 동물보호단체 카라에서 진행한 강연에서 국내 첫 영장류 학자인 김산하 박사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오랑우탄은 생애의 95%를 나무 위에서 보냅니다. 나무처럼 3차원적인 공간이 아닌 곳에서 살게하는 것은 그 자체가 학대입니다."

숲이 아닌 곳에서 오랑이가 살아가게 하는 것 자체가 큰 고통을 안겨주는 것이라는 얘기이지요. 삶의 대부분을 땅바닥에서 보내는 사람이라는 동물을 억지로 나무 위에서만 살아가게 한다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하루도 버티기 힘들지 않을까요.


올레길 8코스를 걸으며 8코스 바로 옆 7코스의 강정마을도 떠올랐습니다. 강정마을은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 해군기지를 지으면서 공권력이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공간인 동시에 공사 과정에서 산호초 파괴가 벌어지는 생물다양성 말살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올레길을 걸으면서 마음이 점점 더 답답해졌던 이유입니다. 차마 7코스를 걷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9코스의 재선충, 8코스의 퍼시픽랜드, 7코스의 강정마을은 모두 사람이 자연에게 못할 짓을 하고 있는 현장이었습니다. 기후변화, 불법 포획, 대규모 개발이라는 각기 다른 요인들이 한국 사회의 한껏 높아진 생명 감수성을 비웃듯이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 현장이었습니다.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방류로 한 단계 높아진 한국 사회의 인식이 다시 악화될까 걱정이 되는 곳들이었습니다. 언제쯤이 되어야 올레길을 마음이 어지럽혀짐을 느끼지 않고, 답답함을 느끼지 않으며 걷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될까요.


큰 위안이 되지는 않지만 영화 인터스텔라의 홍보 카피를 떠올리며 마음을 정리해 봅니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참, 오랑이 관련 내용은 아래 기사와 칼럼을 보시면 됩니다.


난 매맞고 굶지 않으려 웃고, 당신은 그런 날 보고 웃고… 불법 수입 후 10년 넘게 사설동물원서 쇼하는 오랑우탄 ‘오랑이’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8152112585&code=610103


[경향포토]프리오랑 취지 설명하는 임순례 감독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1271241521&code=940100


[김산하의 야생학교]교감? 강요된 스킨십!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3042047055&code=99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