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에 올해 예년보다 한달 이상 빠른 녹조가 나타났다는 기사는 이미 여러 차례 보셨을 것입니다. 제가 보도한 기사도 이미 여러 건 있는데요, 최근 저는 한달에 두 차례 정도 낙동강 현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올들어서는 영주댐이 건설 중인 내성천의 변화상을 여러 차례 취재했는데요, 지난 19일과 20일에는 오랜만에 낙동강 본류를 찾아갔습니다. 독성 남조류가 포함된 녹조를 실제로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일단 사진부터 보시지요.
지난 20일 경북 고령군 우곡교 부근에서 녹색연합 황인철 자연생태국장이 낙동강물을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로 떠서 바라보고 있는 모습입니다. 초록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색깔이네요.
녹색연합 활동가들과 함께 현장에 간 것이 오전 11시쯤이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냄새가 나고, 물빛이 진한 녹색인 데다 물 안에도 수많은 녹조 알개이들이 떠다니고 있긴 했어도, '녹조 라떼'라고 불리는 주된 원인인 녹조 띠가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전 11시 30분쯤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하자 녹조 띠가 점점 늘어나더군요. 흐린 날씨에 경북 지역의 기온이 25~28도 정도였던 날이었는데도 말이지요. 기분이 상하실 만한 사진이지만 이것이 낙동강의 현실이기 때문에 보여드릴 수밖에 없네요.
그리고 녹조가 늘어난 것과는 달리 멸종위기종 어류들은 낙동강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었습니다. 19일 강살리기네트워크 등의 어류 전문가들과 함께 내성천 일대, 그리고 감천과 낙동강의 합수부에서 어류 조사를 실시한 결과 상반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직 덜 훼손된, 파괴될 위기에 놓인 내성천에서는 30여분 만에 흰수마자 3마리가 발견됐지만 감천에서는 1시간여를 찾아도 흰수마자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는 기사에 언급된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 결과와도 부합되는 내용입니다.
19일 내성천에서 잡힌 흰수마자의 모습입니다.
흰수마자는 얼핏 보면 모래무지와 비슷한 모습인데요, 사진에서 어렴풋하게 보이는 수염이 달린 것이 특징인 토종 어류입니다.
감천에서 어류 조사를 벌이는 모습입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2011년에만 해도 흰수마자 10마리 정도가 확인됐던 곳이라고 합니다. 모래가 줄어들고, 녹조가 생겨나는 등의 환경 변화에 흰수마자들이 견뎌내지 못하고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지요. 이렇게 4대강사업은 낙동강을 훼손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던 생물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었습니다. 이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정당화한 이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큰 죄를 짓고 있는 것인지 알고나 일을 벌인 것일까요.
녹조의 우점화와 자세한 기사는 아래 링크를 보시면 됩니다.
낙동강 녹조 현장을 가다… ‘코 찌르는 악취’ 강물엔 맹독성 남조류 알갱이만 둥둥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6222117565&code=61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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