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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환경기자의 환경 이야기

생태를 위한 생태통로는 없다?


25(5)-01-박찬열_생태통로.pdf



생태통로라는 단어를 포털에서 검색하면 주로 두 가지 종류의 기사들이 나옵니다.

하나는 '도로로 인해 단절되어있던 지역에 생태통로를 만들었다'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 세금으로 만든 생태통로 무용지물'이라는 제목의 기사들입니다. 왜 로드킬을 막고, 생태축 연결을 위해 만들어지는 생태통로가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을 받는 일이 다반사일까. 이번 생태면 기사는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제대로 만들지 않고, 제대로 사후관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백두대간의 덕유산 바로 밑 전북 장수군 육십령 고개 위에 산림청이 조성한 제대로 된 생태통로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경향신문 기사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86년 만에 이어진 백두대간 ‘생명의 길’…야생동물 ‘한식구’ 되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2222116285&code=610103



위의 기사 내용과 아래 사진들을 보면 육십령의 생태통로와 아래 강원도 영월군 서면 후탄리의 국도 38호선 위의 생태통로가 얼마나 다른지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제대로 된 생태통로는 어떨까요. 







기사에 언급된 것처럼 단절돼 있던 백두대간의 육십령 고개를 잇는 생태통로의 모습입니다. 설치 전의 생태조사부터 인근 지역과 비슷한 식생 및 토양 조성, 이후의 모니터링까지 꼼꼼한 손길이 들어간 곳이지요.



이렇게 생태통로를 조성한 결과 이런 모습이 촬영됐습니다. 고라니로 추정되는 동물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특히 이곳 육십령의 무인센서카메라는 기존 폐쇄회로 티비처럼 연구자나 관련 공무원이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방식이 아닌, 자동으로 동물의 움직임을 감지해 촬영하는 방식입니다. 연구자의 휴대전화로도 직접 연락을 해주기도 하지요.












자세히 보시면 자그마한 텃새인 노랑턱멧새가 앉아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비탈에서 바람을 막는 역할을 하는 생태통로는 작은 새들, 그리고 상승기류를 이용하는 맹금류의 비행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잘 만든 생태통로 하나가 이렇게 많은 동물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첨부한 논문을 참고하시면 조류의 이동에 있어 생태통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국립산림과학원 등의 연구자들이 작성한 '생태통로와 주변도로에서 야생조류의 이동 비교'라는 제목의 논문입니다. 논문을 열어보는 것까진 귀찮으신 분들을 위해 요약 부분을 아래에 올려놓겠습니다.


요약

야생동물 이동을 위해 설치된 ‘생태통로’를 야생조류가 선택적으로 이용하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서울시 호암1터널, 까치산근린공원, 덕릉고개 등 육교형 생태통로에서 ‘생태통로’와 ‘주변도로’를 이동하는 야생조류를 2006년 6월부터 9월까지 총 9회에 걸쳐 조사하였다. 3개 지역 중 까치산 근린공원, 덕릉고개 등 능선에 위치한 생태통로에서 야생조류는 생태통로를 선택적으로 이용하지 않았으나, 사면에 위치한 호암1터널에서 야생조류는 생태통로를 유의하게 높게 이용하였다. 생태통로의 폭이 90m 이상이거나 사면에 위치할 경우, 야생조류의 이동에 유리한 것으로 판단된다. 생태통로를 이용한 야생조류의 종 구성 측면에서, 관목층 둥지 조류는 2m 이하의 관목층 엽층량과 상관성이 있었고, 수관층 둥지 조류는 7~8m 엽층량과 상관성이 높았다. 야생조류 이동을 위한 생태통로는 대상지 입지 여건에 따라 목표종을 선정해야 하지만, 서울시의 경우 붉은머리오목눈이 등 관목층 조류를 대상종으로 선정하고, 다양한 야생조류의 이동을 위해서는 사면지역에 약 1ha 크기(폭 90m 이상) 생태통로에 2m 이하의 관목층과 8m 이상의 수관층 피도량을 높여주는 산림환경구조를 조성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