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3시 정동 프란치스꼬 교육회관에서 열린 8888 버마민주화항쟁 24주년 기념 토론회에 다녀왔습니다.
국제민주연대와 성공회대 아시아엔지오정보센터가 주최한 행사였고, 내툰나잉 민족민주동맹 한국지부장과 박은홍 성공회대 아시아엔지오정보센터 소장이 발표자로 참석하셨습니다.
저와 민정희 로터스월드 사업기획팀장이 토론자로 참가했는데 저는 기사 마감시간 때문에 제 얘기만 짧게 하고 회사로 돌아왔습니다. 회사와 프란치스꼬 회관이 가까워서 다행이었지요.
버마이주민 소모뚜(@smthu2006)님이 트위터에 올리신 사진입니다.
토론회 주제는 '개방 속의 버마와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였고요. 내툰나잉 회장이 '한국에 연대를 바란다'는 제목으로, 박은홍 교수가 '연대의 재구성, 복합적 경로를 제안한다'는 제목으로 각각 발표를 하였습니다.
아래는 오마이뉴스에 올라온 토론회 관련 기사 주소입니다.
"민주화·경제발전 이룬 한국, 버마를 도와주세요"
박은홍 교수의 발표문에 좋은 내용이 많아서 아래에 덧붙입니다.
연대의 재구성, 복합적 경로를 제안한다.
박은홍(성공회대 아시아엔지오정보센터 소장)
1. 버마의 개방과 7단계 민주화 로드맵
- 2003년 8월 29일 킨뉸 군사정부는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 7단계로 구성돼 있는 로드맵은 다음과 같음. 1단계: 1996년 이래 중단된 National Convention 재소집, 2단계: 재소집된 National Convention에서 민주주의 수립을 위한 필요조치 강구, 3단계: National Convention이 마련한 기본원칙에 따라 헌법초안 마련, 4단계: 헌법초안 승인을 위한 국민투표 실시, 5단계: 새로운 헌법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 실시, 6단계: 국회 구성, 7단계: 현대적 민주국가 건설.
- 2008년 5월 로드맵 4단계에 해당하는 신헌법이 국민투표를 통해 채택됨. 11월7일 5단계인 총선이 실시었고, 이후 6단계인 의회 소집과 마지막 단계인 새 정부 출범이 이어진 셈. 신헌법이 의석의 25%를 군부가 지명토록 하고 있는 점에서 이른바 ‘규율 민주주의’(disciplined democracy)로 평가되고 있음.
2. 민족민주동맹(NLD)의 전략 선회
- 민족민주동맹(NLD)의 2011년 12월 정당 등록, 2012년 4월 1일 총선 참여 등에서 볼 수 있듯이 NLD는 과거 보이콧 노선을 전면 수정하고 참여 노선으로 선회. 이것은 2011년 10월부터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일련의 정치개방, 자유화 조치와 관련이 있음.
- 지난 4월 1일 총선이 비록 보궐선거였지만 이 선거에서 보여준 NLD의 압도적 승리는 1990년 5월 선거에서의 NLD의 압도적 승리를 연상케하는 것이었음. 잠재되어 있는 아웅산 수지와 NLD에 대한 절대적 지지와 서방 국가들의 아웅산 수지에 대한 외교적 예우는 미얀마가 사실상 이중권력(dual power) 상태에 있다고도 볼 수 있게 함.
- 아웅산 수지는 새로운 미얀마 건설의 긴박한 현안으로 법치주의 실현, 교육혁신, 일자리 창출을 강조. 아웅산 수지는 최근 의회에서 법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음.
3. 사회운동 전략의 재조직화
- Min Ko Naing, Ko Ko Gyi 등 88세대는 시민사회운동 조직으로 Open Society를 창설. 이외에도 Former Political Prisoner Network 등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음.
- Former Political Prisoner Network의 경우 정치범 석방운동으로부터 시작해 정치범 가족 지원, 평화, 교육, 고용 문제등 폭넓은 활동을 외부로부터의 경제적 지원없이 벌이고 있음.
- 이외에도 미디어 부문 시민사회조직들이 언론자유, 의사표현의 자유 공간을 확대하기 위한 운동을 벌이고 있음.
- 그러나 전반적 흐름은 반정부 운동이라기 보다는 정부에 더 많은 개혁을 촉구하고 의회 안으로 들어간 NLD의 의회주의노선에 힘을 실어주면서 시민사회 역량을 강화하고자 하는 캠페인으로 볼 수 있음.
4. 국제사회의 반응
1) 미국, EU 등 서방진영
- 미 정부는 지난 7월 11일 미국 기업들이 미얀마 국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경제제재를 완화하겠다고 표명. 그렇지만 투자환경 투명성 부족, 군의 경제개입에 우려를 표명. 반면 미 하원은 최근 대 버마경제제재를 3년 연장을 결의. 지난 7월 아웅산 수지는 미 상원의원 Mitch McConnell에게 미국의 경제제재 완화 혹은 해제를 요청한 바 있음.
- 캐나다, 호주, EU도 제재 완화를 약속한 바 있음.
2)초국적 기구
- 세계은행 8천5백만달러의 지원금을 약속.
- 유엔은 Rakhine주에서 일어난 Rohingyas 인권유린 사태에 주목. 미얀마를 방문한 유엔특별보고관은 Rakhine 불교도들과 무슬림 Rohingyas간의 충돌로 최소 78명이 사망하고 수만명의 난민이 발생하였다고 보고.
2) 국제 NGO
- US Campaign for Burma 와 같은 국제 NGO는 여전히 투자 확대에 따른 이득을 인권유린, 부패와 연루되어 있는 개인 혹은 조직이 누리고 있고, 버마 경제가 군, 국영기업, 소수 권력집단에 지배되고 있음을 경고. 또 이들은 수백명의 정치범이 여전히 수감되어 있는 현실과 군의 소수종족인권 유린이 개방국면 속에서도 진행되고 있음을 국제사회가 주시하고 있어야 하고, 진정한 국가화해, 정의와 책임정치가 구현될 때까지, 즉 추가적인 개혁이 확실히 선행되지 않는 한 sanction이 해제되어서는 안됨을 주장.
- ALTSEAN-BURMA을 비롯한 아시아지역 미얀마지원인권단체들도 US Campaign for Burma 의 입장과 유사한 것으로 보임.
5. 최근 버마 국내 쟁점
- 정치범 문제 여전히 존재. the Assitence Association of Political Prisoners에 따르면 현재 868명의 정치범이 수감되어 있다고 함.
- 정치개방 국면 속에서 잠복되어 있던 노동분규문제, Rohingyas 문제와 같은 소수민족문제 등이 분출됨. Kachin 주 분쟁도 지속되고 있음. 아웅산 수지는 ‘신중한 낙관주의’(cautious optimism)를 주문. Rohingyas를 두고는 NLD-88세대와 UN-국제인권NGO간에 일정한 시각 차이가 있음.
- NLD는 New Panglong Agreement에 바탕을 둔 소수민족 해결을 공약. Thein Sein 정부도 Panglong 정신에 근거한 평화정착 추진을 공언.
- 랭군대학이 사실상 폐쇄되어 있는 등 정부로부터 자율성이 없는 교육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음. 이외에도 교육의 질문제도 지적할 수 있음. 이는 노동의 질, 노동생산성과 직결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음.
- 최근 Voice Weekly와 Envoy가 발행중지 조처를 당하면서 “검열중단, 언론탄압 중단”을 요구하는 언론인들의 집회와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음.
6. 탈(脫)규율민주주의(post-disciplined democracy)를 위한 제안
- 현재 미얀마국내 민주화세력은 ‘의회주의-참여노선’과 ‘시민사회-견제노선’ two-track을 밟고 있다고 볼 수 있음.
- 그러기에 버마 국내 민주화세력들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면서 이와 연관된 사회, 정치적 불안을 보다 나은 정치체제 구축을 위한 ‘창조적 혼란’(constructive instability)으로 규정했던 기존 연대전략은 ‘창조적 안정’(constructive stability) 지원전략으로 수정될 필요가 있음.
- 이는 정치범 석방, 헌법개정, 소수민족 탄압중단, 언론자유 확대 등과 같은 advocacy 캠페인과 교육, 보건의료, 인프라구축 지원, 평화정착 기술지원 등과 같은 service delivery를 혼합하는 복합적 경로(multitrack)의 구현을 제안하는 것임.
- 또 군 주도의 7단계 민주화 로드맵을 대체할 의회 내 의회 밖 역량강화가 필요한 시기이기도 함. 현 이중권력(dual power)상태를 권력의 중심이 민주화세력쪽으로 점진적으로 이동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방식의 지원과 압박이 필요하다고 봄. 또 민족간 갈등과 불신을 정치개입의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는 버마군의 과거 행적을 감안하여 화해(reconciliation)-평화정착을 위한 버마 민주화세력과 국제인권단체간의 심층적인 소통과 대안모색이 필요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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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기고]희망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미얀마
박은홍(성공회대 아시아NGO정보센터 소장)
최근 나는 개방의 물결을 타기 시작한 미얀마를 방문했다. 태국 국경도시인 메솟을 통해 미얀마의 국경도시인 먀와디에 잠시 들어간 본적은 있었지만 이번 방문이야말로 내게는 관념속의 미얀마가 아닌 실제 미얀마와의 첫 대면이자 고립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한 미얀마의 현실을 체감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1인당 국민소득이 6백달러에서 8백달러로 추정되는 미얀마. 착륙 직전 상공에서 본 미얀마의 옛 수도 양곤은 화려한 불빛으로 넘실거리는 복잡한 대도시의 풍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내가 첫 대면한 양곤은 우중충하면서도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해 내는, 내가 항공기를 갈아탄 인접국인 태국의 수도 방콕과는 판이한 풍경의 수도였다.
그 다음 날 나는 아웅산 수지와의 면담을 주선해주기로 한 인권변호사를 만났다. 그는 아쉽지만 수지 대표가 개방국면에서 터져나오기 시작한 사회현안에 대처하느라 면담이 쉽지 않을 것같다는 실망스러운 말을 내게 건넸다. 내가 방문하기 며칠 전부터 미얀마에서는 노동자, 농민들의 집단행동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내가 ‘미얀마의 봄’의 현장에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나는 미얀마 민주화 투쟁의 성지라고도 할 수 있는 NLD 당사를 찾았다. 당사는 생각보다 작았지만 민원 때문에 온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약 한 시간 가량 기다려 나는 NLD 부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역시 아웅산 수지 대표와의 면담은 어렵다고 얘기했다. 대화 중에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수지 대표를 만났을 때 경제현안 때문에 인권과 민주주의가 희생되어서는 안된다는데 합의한 대목을 높이 평가했다.
나는 명망있는 원로 언론인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오랜 징역살이로 건강이 매우 안좋아 보였다. 그는 예전에 비해 언론환경이 많이 좋아졌지만 미래를 낙관만은 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 그의 말은 방콕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지역회의에 초대된 아웅산 수지가 무모한 낙관주의는 금물이라며 신중한 낙관주의를 요청했던 발언과 일맥상통했다. 그는 법치 실현을 주장한 아웅산 수지 대표를 전적으로 지지했다. 특히 의석의 25퍼센트를 군부에 할당되도록 한 현행 헌법을 어떻게 개정할 것인가가 큰 과제임을 강조했다. 내가 전면적 경제제재 해제에 대해 묻자 외국인 투자도 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기 때문에 신중한 경제제재 해제가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나는 한국인이 경영하는 공장에도 들를 수 있었다. 마침 내가 방문한 날 파업이 시작되었는데 다행히도 그날 저녁에 타결이 되었다. 흥미롭게도 그 공장 관리자는 파업 해결을 위해 사측과 노측이 직접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부에서 나온 공무원이 직접 현장에 나와 사측을 대신해 노측의 입장을 들어주고 사측에 협상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 작년 말 노동법 통과 이후 공장안에서도 정부의 관여하에 민주주의의 싹이 움트고 있다는 말인가.
귀국 전날 나는 <미얀마 정치범 동지회>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의 주된 활동은 구속되어 있는 정치범 석방운동, 구속자 가족 지원 등으로부터 시작해 일자리 창출, 교육 기회 확대, 인권과 평화사업 등 매우 광범위했다. 특히 이들은 지난 50년간 군사정부하에서 국민의 대다수가 교육 기회를 누리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 정부와 비정부기구(NGO) 양측 모두 미얀마 인력개발에 주목해주길 바랬다. 구체적으로는 인적자본 개발 차원에서 직업기술학교와 같은 직능교육기관 운영을 제안했다.
아웅산 수지도 강조하고 있듯이 미얀마에서는 교육을 되살리는 것이 급선무이다. 수지는 특히 교육기회를 얻지 못한 미얀마 청소년들이 비행 청소년이 되고 있음을 우려한다. 내가 아는 한국인 공장 관리자는 중국이나 베트남에 비해 미얀마 노동자들의 숙련도가 평균적으로 너무 뒤떨어진다는 얘기를 했다. 물론 낮은 교육 수준이 문제이다. 요컨대 저학력은 기업의 생산성 문제와 직결된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외국계 기업 관리자들은 미얀마 노동자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언행을 할 수 있다. 다행히 내가 아는 한국인 관리자는 나름대로 인권 감수성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청소년들 교육을 방치한 과거 미얀마 군사정부를 생각하면 ‘약탈’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오랜 기간 학부생을 뽑지 않고 사실상 폐쇄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미얀마 최고의 명문 양곤대학을 지나가면서, 또 제대로 된 동화책 하나 구비하지 못하고 있는 양곤 시내 책방을 보게 되면서 교육이 없는 미얀마의 현실을 실감했다.
귀국 길에 오르면서 나는 개방과 함께 잠복되어 있던 너무나 많은 과제가 분출되고 있는 미얀마의 현실에 답답함을 느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결단력있는 지도자와 현명한 국민들이 만들어간다고 하지 않는가. 이번 방문에서 나는 비록 미얀마를 넘어 아시아의 지도자로 부상하고 있는 아웅산 수지 대표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음지에서 조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지도자들을 만났다. 나는 이번 기회에 민주주의는 몇몇 명망가들의 힘으로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미얀마에 명망성에 연연하지 않고 인권과 민주주의에 헌신하는 지도자들과 이들을 신뢰하는 지혜로운 국민들이 있는 한 ‘미얀마의 봄’의 현실은 다소 무겁지만 분명히 더 큰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The East Asia Forum 오피니언 2012년 6월 22일>
[기고]아시아 속의 수치를 기대한다
박은홍(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아웅산 수치 버마 민족민주동맹(NLD) 대표가 2주가 넘는 긴 유럽 5개국 순방을 마쳤다. 특히 옛 식민모국인 영국 의회에서 아웅산 수치는 ‘최고의 양심’으로 소개되었다.
주지하다시피 버마에서는 지난해 3월 말 현정부 출범 이후 테인 세인 대통령 주도의 정치개방이 시작되면서 그동안 1990년 총선거에서의 민족민주동맹 선거 승리 인정, 2008년 신헌법 불인정, 2010년 총선 불참 등 군부와의 대결노선을 불사하던 민족민주동맹이 정당등록과 함께 현 정부 주도의 민주화 로드맵에 참여하였고, 마침내 지난 4월1일 보궐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었다. 북한과 함께 버마를 악의 축으로 간주하던 미국도 부분적 제재 완화, 외교관계 재개 등 정치개혁에 대한 적극적인 화답을 보냈다.
이러한 획기적인 정치개방은 지난해 8월에 있었던 테인 세인과 아웅산 수치 간의 회동에서 성사된 대타협에 근거하고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웅산 수치는 테인 세인과의 전면적인 협력은 유보하고 있다. 그 단적인 예가 정치개혁의 대가로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를 기대하는 테인 세인 정부와는 달리 아웅산 수치는 경제제재의 전면적 해제를 반대하고 있다. 수치는 여전히 서방에 의한 제재가 버마 정치개혁의 후퇴를 막을 수 있는 수단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외 교역관계와 관련해서도 인권친화적인 윤리적 책임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의 ‘신중한 낙관론’은 테인 세인의 개혁에 대한 전면적 지지 차원에서 서구의 제재를 전면적으로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의 입장과 배치된다.
아세안은 한때 ‘독재자들의 클럽’이라는 불명예를 감수해야 했지만 1990년대에 들어와 지역내에서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인권 감수성을 높여왔다. 대표적인 예로 불문율과 같았던 내정불간섭 원칙을 넘어 ‘조용한 압력’을 통해 버마 군사정부가 2006년 아세안 의장국을 포기하도록 한 것을 들 수 있다.
1997년 아세안이 서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버마를 회원국에 가입시킬 때 내건 명분은 ‘포용을 통한 변화’였다. 그런데 아세안이 포용만이 아니라 아주 미약한 수준이지만 압박도 가했던 것이다. 이는 서구의 네거티브 방식과는 확연하게 다른 것이었다.
대부분 서구 선진국들의 식민주의 경험을 갖고 있는 아세안 회원국들에 인권을 명분으로 한 서구의 간섭은 여전히 ‘인권제국주의’의 얼굴로 비추어지고 있다. 버마 식민지 시기 영국의 분리통치 전략만 하더라도 버마에서 버마족과 비버마족 간의 불신의 장벽을 만들어 이것이 독립후 내전의 불씨가 되었고 결국 버마를 추락시킨 군부의 정치개입 배경이 되었다. 그렇지만 이번 영국 순방에서 아웅산 수치는 아쉽게도 영국 의회민주주의 역사에 대한 찬사만 보냈다.
이제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아닌 아시아의 대표적 정치지도자로 부상한 아웅산 수치는 아시아와 적극적 만남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버마에서의 서구에 의한 ‘제재의 효과’만이 아니라 아시아가 취했던 ‘포용의 효과’도 같이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수치가 강조하는 ‘화합’에는 테인 세인 정부의 개혁을 지지하고 있는 아세안과의 적극적 대화도 포함되어야 한다. 그것은 곧 테인 세인 정부의 개혁을 고무시키면서 행정과 입법에서 군의 지도적 역할을 강조하는 군부내 강경파를 고립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는 전략이기도 하다.
거대한 전환기에 놓여 있는 아시아를 고려할 때 수치 대표가 아시아의 식민지 트라우마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으면서 동시에 아시아의 인권 감수성을 끌어올리는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지도자가 되기를 기대한다.<2012년 7월 2일 경향신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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