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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관련 기사 2010.2.~

알 아사드 독재가 미·이스라엘엔 더 유리

알 아사드 독재가 미·이스라엘엔 더 유리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시리아로부터 빼앗은 골란고원은 시리아의 복잡한 지정학적 위치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알 아사드 가문의 장기독재가 가능했던 배경의 하나이기도 하다. 

미국 공영방송 NPR에 따르면 시리아는 이스라엘의 적인 이란, 레바논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골란고원을 빼앗아간 이스라엘과는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이후 직접 충돌한 적이 없다.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를 통제해야 하는 이스라엘은 시리아와 40여년간 ‘깨지기 쉬운 고요함’을 유지해왔다.

1990년대부터는 주변국의 중재를 통해 수차례에 걸쳐 골란고원 반환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리아는 이스라엘이 먼저 골란고원을 반환해야 다른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이스라엘은 먼저 평화가 정착돼야 반환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평행선을 달려왔다.

골란고원은 상대국의 군사적 움직임을 초기에 파악할 수 있는 지형인 동시에 이스라엘 최대의 수자원인 갈릴리호수의 수원지가 있는 곳이다. 수자원 확보에 민감한 두 나라 모두에 중요한 지역이다. 미국은 골란고원 반환을 통해 시리아로 하여금 중동평화협상에 참여하는 동시에 시리아·이란 동맹관계에 균열을 만들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이스라엘은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몰락할 경우 중동에 일어날 변화를 우려하고 있다. 아론 데이비드 밀러 우드로 윌슨국제센터 연구원은 12일 포린폴리시 기고에서 기회보다는 위험요소가 더 많기 때문에 미 행정부가 알 아사드의 몰락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밀러는 또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알 아사드가 물러날 경우 시리아에서 내전 발발, 수니파 근본주의 정권 수립, 알카에다의 새 근거지화 등 이전보다 더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 아사드 정권이 실각했을 때 대체할 만한 야당 세력이 없는 것도 미국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의 전 국장인 에프라임 하레비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아사드가 물러날 경우 시리아 내에서 무슬림형제단과 이란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로서는 호스니 무바라크 이후 껄끄러운 이집트 정부가 들어서고, 시리아에 이슬람 근본주의 정부가 들어서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란까지 더해 적대국가에 둘러쌓이는 형국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진보성향 싱크탱크 외교정책포커스(FPIF)는 지난 12일 “시리아는 중동 안정에 있어 핵심”이라면서 “팔레스타인, 이란, 레바논, 이라크 등 중동의 모든 문제들이 시리아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제 나라 국민들을 학살하는 알 아사드 정권의 만행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가 사실상 침묵하는 이유 아닌 이유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