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저격살해 시리아 … 국제사회 ‘공허한 제재’뿐
반정부 시위 2개월 만에 850명 사망, 8000여명 체포. 민생고와 독재정치에 대한 불만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3월 중순부터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유혈진압이 빚은 결과다. 국제사회가 시리아 정부를 비난하며 조금씩 제재조치를 확대하고 있지만 공허한 움직임에 그치고 있다. 아사드 정권의 탄압 강도는 되레 높아지고 있다.
시작은 민생현안에서 비롯됐다. 외신들에 따르면 3월 중순 시리아 남부 도시 다라에서 처음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터져나온 계기는 심각한 물 부족 때문이었다. 최근 2년간 강수량이 예년 평균의 45~66%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심각한 가뭄으로 인해 생존까지 위협받게 된 농촌지역 다라의 주민 1000여명이 시위에 나섰다. 담장 등에 정부에 반대하는 내용의 낙서를 한 소년 15명을 비밀경찰이 잡아가둔 일도 주민들을 성나게 했다. 시리아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원유 수출이 감소하면서 국가 지원금이 줄어든 데다 실업률까지 높아지면서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미 중앙정보국(CIA)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시리아의 실업률은 8.5%이다. 15~24세 청년 실업률은 22.4%에 달한다.
시리아 시민혁명 역시 한 노점상의 자살이 출발점이었던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과 유사한 진행과정을 밟고 있다. 일반 시민들이 시위를 주도하고, ‘2011 시리아혁명’이라는 반정부세력의 페이스북 페이지가 시위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닮은꼴이다. 정부의 강경진압이 사태를 키우고 있기도 하다. 시리아 정부는 18일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뒤 처음 사흘 동안 실탄을 발포해 주민 7명을 사살했다. 반정부 시위는 인구 약 150만인 제3의 도시 홈즈, 수도 다마스쿠스 등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반정부 시위대는 정치범 석방과 개혁 조치 실시 등을 넘어서 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문제는 튀니지의 경우 강력한 진압세력이 없었고, 이집트는 경찰의 과잉진압에도 불구하고 군부가 중립을 지킨 것과 달리 시리아 민주화 시위대에는 ‘우군’이 없다는 점이다. 국제사회가 국민보호의무(R2P)를 명분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부의 축출에 나선 리비아와도 달랐다. 알 아사드 정부는 탱크를 동원해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고, 주택가에마저 포격을 퍼붓고 있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리비아에 적용했던 R2P를 시리아에 대해서는 발동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유럽연합(EU)이 지난 10일 알 아사드의 동생 마헤르를 포함한 시리아 정부 고위인사 13명에 대해 EU 역내 회원국 입국과 경유를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제재조치를 내렸지만 솜방망이에 그쳤다. 정작 알 아사드 대통령을 제재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헤르가 지휘하는 4사단은 지난달 26일 다라에 탱크를 투입해 시민 수십명을 살해하고 수백명을 체포했다. 반정부 시위대가 탄압에 굴하지 않고 계속 시위를 이어가면서 1982년 하마에서 일어났던 반정부세력에 대한 학살이 재연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아사드 정권이 이처럼 강경진압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아사드 가문과 소속 이슬람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의 인사들이 군부의 요직을 맡아 군조직을 철저히 장악하고 있는 덕분이다. 행정기관이나 법률보다 위에 군림하고 있는 바트당의 절대적인 지지와 사회 전 영역에 잠입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비밀경찰 무카바라트의 철저한 감시도 40여년 동안 독재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아사드 정권이 시위대에 밀려 개혁 조치를 취하게 되는 것이나 사임하게 되는 경우를 극도로 두려워하는 것도 강경진압의 요인 중 하나이다. 로이터통신은 아사드 정권이 개혁을 실시할 경우 권력을 잃게 되고 다수파에게 학살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2일 미국의 진보성향 싱크탱크 외교정책포커스(FPIF)는 아사드 이후 시리아에 새로 들어설 가능성이 있는 수니파 정권이 알라위파에 대해 복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상황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시리아 정부의 반정부 시위에 대한 유혈진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리아 정부군은 13일 시리아 주요 도시에서 국민과의 대화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다음날인 14일에도 홈즈에서 탱크 포격을 계속해 주민 3명을 살해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군은 15일에도 서부 도시 텔 켈라크에서 무차별 포격을 가해 여성 2명을 포함해 적어도 7명을 살해했다.
상황은 악화되지만 가까운 시일 내 알 아사드 정부의 유혈진압을 중단시킬 어떠한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는 데 시리아 사태의 비극성이 잠재돼 있다. 정치분석가 조지 가보어는 11일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EU의 제재에 대해 “시리아인들과 시리아 정부 어느 쪽에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범 기자>
시작은 민생현안에서 비롯됐다. 외신들에 따르면 3월 중순 시리아 남부 도시 다라에서 처음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터져나온 계기는 심각한 물 부족 때문이었다. 최근 2년간 강수량이 예년 평균의 45~66%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심각한 가뭄으로 인해 생존까지 위협받게 된 농촌지역 다라의 주민 1000여명이 시위에 나섰다. 담장 등에 정부에 반대하는 내용의 낙서를 한 소년 15명을 비밀경찰이 잡아가둔 일도 주민들을 성나게 했다. 시리아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원유 수출이 감소하면서 국가 지원금이 줄어든 데다 실업률까지 높아지면서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미 중앙정보국(CIA)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시리아의 실업률은 8.5%이다. 15~24세 청년 실업률은 22.4%에 달한다.
시리아 시민혁명 역시 한 노점상의 자살이 출발점이었던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과 유사한 진행과정을 밟고 있다. 일반 시민들이 시위를 주도하고, ‘2011 시리아혁명’이라는 반정부세력의 페이스북 페이지가 시위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닮은꼴이다. 정부의 강경진압이 사태를 키우고 있기도 하다. 시리아 정부는 18일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뒤 처음 사흘 동안 실탄을 발포해 주민 7명을 사살했다. 반정부 시위는 인구 약 150만인 제3의 도시 홈즈, 수도 다마스쿠스 등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반정부 시위대는 정치범 석방과 개혁 조치 실시 등을 넘어서 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문제는 튀니지의 경우 강력한 진압세력이 없었고, 이집트는 경찰의 과잉진압에도 불구하고 군부가 중립을 지킨 것과 달리 시리아 민주화 시위대에는 ‘우군’이 없다는 점이다. 국제사회가 국민보호의무(R2P)를 명분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부의 축출에 나선 리비아와도 달랐다. 알 아사드 정부는 탱크를 동원해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고, 주택가에마저 포격을 퍼붓고 있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리비아에 적용했던 R2P를 시리아에 대해서는 발동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유럽연합(EU)이 지난 10일 알 아사드의 동생 마헤르를 포함한 시리아 정부 고위인사 13명에 대해 EU 역내 회원국 입국과 경유를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제재조치를 내렸지만 솜방망이에 그쳤다. 정작 알 아사드 대통령을 제재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헤르가 지휘하는 4사단은 지난달 26일 다라에 탱크를 투입해 시민 수십명을 살해하고 수백명을 체포했다. 반정부 시위대가 탄압에 굴하지 않고 계속 시위를 이어가면서 1982년 하마에서 일어났던 반정부세력에 대한 학살이 재연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아사드 정권이 이처럼 강경진압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아사드 가문과 소속 이슬람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의 인사들이 군부의 요직을 맡아 군조직을 철저히 장악하고 있는 덕분이다. 행정기관이나 법률보다 위에 군림하고 있는 바트당의 절대적인 지지와 사회 전 영역에 잠입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비밀경찰 무카바라트의 철저한 감시도 40여년 동안 독재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아사드 정권이 시위대에 밀려 개혁 조치를 취하게 되는 것이나 사임하게 되는 경우를 극도로 두려워하는 것도 강경진압의 요인 중 하나이다. 로이터통신은 아사드 정권이 개혁을 실시할 경우 권력을 잃게 되고 다수파에게 학살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2일 미국의 진보성향 싱크탱크 외교정책포커스(FPIF)는 아사드 이후 시리아에 새로 들어설 가능성이 있는 수니파 정권이 알라위파에 대해 복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상황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시리아 정부의 반정부 시위에 대한 유혈진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리아 정부군은 13일 시리아 주요 도시에서 국민과의 대화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다음날인 14일에도 홈즈에서 탱크 포격을 계속해 주민 3명을 살해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군은 15일에도 서부 도시 텔 켈라크에서 무차별 포격을 가해 여성 2명을 포함해 적어도 7명을 살해했다.
상황은 악화되지만 가까운 시일 내 알 아사드 정부의 유혈진압을 중단시킬 어떠한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는 데 시리아 사태의 비극성이 잠재돼 있다. 정치분석가 조지 가보어는 11일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EU의 제재에 대해 “시리아인들과 시리아 정부 어느 쪽에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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