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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사 2010.8.~

베트남 고아 출신 뢰슬러 독일 부총리 유력

베트남 고아 출신 뢰슬러 독일 부총리 유력

ㆍ집권 연정 자유민주당 당수 확정적




생후 9개월 때 독일로 입양됐던 베트남 고아가 독일 집권 연정을 구성하는 소수 정당인 자유민주당(FDP)의 당수로 사실상 확정됐다.

현재 보건부 장관을 맡고 있는 필립 뢰슬러(38)가 다음달로 예정돼 있는 전당대회에서 귀도 베스터벨레 외무장관의 뒤를 이어 FDP 당수를 맡게 될 것이라고 5일 dpa통신이 FDP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뢰슬러 장관이 당수로 확정되면 베스터벨레 외무장관이 겸직하고 있는 부총리직도 이어받게 돼 독일 사상 첫 외국계 부총리가 될 전망이다. 뢰슬러는 2009년 총선 당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련(CDU)과 기사련(CSU)의 연합과 FDP 사이 중도 우파 연정이 구성되면서 16명의 연정 각료 가운데 최연소이자 아시아계로서는 처음으로 각료직을 맡았다.

1973년 베트남 남부 칸호아에서 태어난 뢰슬러는 가톨릭계 고아원에서 자라다가 생후 9개월 때 독일인 부부에게 입양됐다. 의학을 전공한 뒤 군의관으로 복무하다가 92년부터 자민당 청년 조직에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의사로 일하는 동시에 2004년 니더작센주 자민당 사무총장에 취임했고, 2년 뒤 이 주의 당수로 선출된 바 있다. 각료로 임명된 2009년까지는 니더작센주의 경제·노동·교통장관을 맡았다.

의사인 비프케와 결혼한 뢰슬러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베트남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었으나,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태어난 나라에 대해 이야기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부인의 설득으로 2006년 베트남을 방문했다. 뢰슬러는 한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외모가 친구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했으나 아버지의 격려로 이를 이겨냈다고 회고했다.

뢰슬러가 가장 즐겨 쓰는 말은 “나는 세금을 깎으려고 FDP에 들어온 것이 아니다”와 “연대는 자유주의적인 개념이다”라고 한다. 이 때문에 그는 FDP보다 중도 좌파인 사민당(SPD)에 가까운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10대에 정치에 입문한 뢰슬러는 “45세에 정치를 그만둘 것”이라고 말하는 등 정계에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