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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기사 2010.5.~

[현장에서]강남구, G20 맞이 관제청소

ㆍ구청직원·경찰 680명 동원
ㆍ‘새마을운동 하나’시민 실소

21일 오전 8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일대에서 대청소 행사가 열렸다. 수백명이 ‘G20 정상회의 세계가 강남으로’ ‘G20 손님맞이 환경정비’ 등의 파란색 어깨띠를 두르고 출근 인파 속에서 쓰레기를 주워나갔다. 20여년 전 눈에 익었던 새마을운동이 떠오르는 광경이었다.

아침부터 시작된 청소에는 구청 공무원과 강남·수서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동원됐다. 강남구청에서 동사무소 직원들을 뺀 나머지 공무원 580여명 전부가 참석했고 강남서·수서서에서도 50여명씩 동원됐다. 경찰서에서는 과별, 파출소별로 경위 이하 경찰관 1~2명씩 차출되고, 과장급은 전원 참석했다. 

행사는 강남구청이 주관했다. 강남구는 오는 11월까지 매달 20일을 ‘손님맞이 환경정비의 날’로 정해 거리청소를 하고 10~11월엔 두 차례로 늘릴 예정이다. 강남구는 전날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국회의원과 시·구의원, 직능단체 대표 등 1100여명이 참석한 ‘G20 정상회의 성공개최를 위한 시민실천 결의대회’도 열었다. 결의대회 참석자들이 다짐한 내용은 ‘내 주변 쓰레기 내가 치우기’ ‘교통신호 준수’ ‘노상적치물 자율정비’ 등이다. 굳이 결의대회까지 필요한지 물음표가 달린 전시성 구호들이었다. 한 참석자는 “공무원이나 관변단체들이 1960~70년대 광장에 모여 ‘나를 따르라’식의 규탄대회나 결의대회를 하는 느낌이 들었다”며 “시민들의 자발성과는 거리가 있는 행사”라고 말했다.

관변·전시성 행사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반응도 냉담하다. 출근길에 청소 행사를 지켜본 회사원 이모씨(33)는 “코엑스 주변에 원래 청소하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닌데 굳이 이런 행사를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보여주기 위한 관제행사보다는 실제 시민들도 동참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