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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기사 2010.5.~

음주 의심 뺑소니 속출… ‘권상우 사건’ 모방범죄?

ㆍ일단 줄행랑 후 뒤늦게 자수… 도덕 불감증에 우려 목소리
ㆍ경찰도 ‘확인 어려움’에 긴장

음주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교통사고를 내놓고 도망가는 뺑소니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사고 후 미조치’로 약식기소된 영화배우 권상우씨 사건의 모방범죄라는 지적이 나와 경찰도 예의주시하며 긴장하고 있다.


지난 18일 0시5분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주차를 하던 직장인 이모씨(33)의 차를 렉서스 차량이 옆에서 들이받았다. 이씨가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렉서스 차량은 황급히 달아났다. 큰 사고가 아니고, 목격한 행인들이 많았는데도 렉서스 차량은 뺑소니를 쳤다. 피해자 이씨는 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차종과 차량번호도 알렸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 렉서스 차가 렌털업체에서 대여한 차량인 것을 확인하고 수사 중이다. 이씨는 “크게 다치지도 않고, 목격자도 많고, 차가 심하게 망가지지도 않았는데 도망간 것을 보면 음주운전이어서 놀라 달아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도 “음주운전이 의심되지만 검거한다 해도 시일이 지난 만큼 음주 여부를 밝혀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 구리시에서도 교통사고 가해자가 차를 버리고 도망갔다 자수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3일 오전 5시쯤 서울에서 구리로 가는 강변북로 토평IC 부근에서 임모씨(34)가 운전하고 있던 트럭을 볼보 차량이 들이받았다. 사고를 낸 40대의 ㄱ씨는 충돌 후 바로 차에서 내려 도주했다가 이틀 후 구리경찰서에 출두했고, 경찰은 그를 뺑소니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가해자가 나타나지 않은 이틀간 임씨는 다치고, 트럭도 폐차할 만큼 망가진 상황에서 뺑소니 당한 것을 걱정하며 불안에 떨어야 했다. 경찰 관계자는 “새벽에 사고를 내고 차를 내버린 채 도망간 것으로 보아 음주운전일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이틀이나 지나고 자수해 음주 여부를 확인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새벽 부산 남구 대연4동에서는 10대 5명이 훔친 렉스턴 차량을 타고 무면허 운전을 하다 경찰의 정지명령을 받았으나 거부하고 도망친 일도 벌어졌다. 이들은 경찰이 공포탄 1발과 실탄 2발을 쏘는데도 도주하다 경찰관 한 명을 들이받았고, 포위된 후에도 차문을 잠근 채 버티다 격투 끝에 붙잡혔다. 경찰 포위망을 뚫으려고 영화처럼 광란의 탈주극을 벌인 셈이다.

이처럼 교통사고를 내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망가는 사건이 이어지는 데 대해 도덕적 불감증과 모방범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은 영화배우 권상우씨가 지난달 12일 오전 2시55분쯤 서울 청담동 거리에서 캐딜락 승용차를 몰고가다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고, 경찰차와 부딪치는 사고를 낸 뒤 도주했다가 이틀 뒤 자진 출두한 것과 비슷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 권씨는 사건 당시 음주 운전은 부인한 채 사고 후 미조치로 500만원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다. 경찰대 행정학과 표창원 교수는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 문제를 직면하고 받아들이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 우선 회피하고자 하는 본능적 행동을 하게 된다”면서 “특히 권씨 사건을 통해 일반인 사이에서 ‘사고 후 도망갔다가 나중에 자수하면 책임을 줄일 수 있다’는 바람직하지 못한 학습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