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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관광객은 베들레헴이 모으고 관광수입은 예루살렘이 챙겨

성탄절 관광객은 베들레헴이 모으고 관광수입은 예루살렘이 챙겨

ㆍ예수탄생교회·라헬무덤 구경 뒤 예루살렘으로 가서 돈쓰는 구조

“1년에 150만명이 방문하지만 돈을 버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예수 탄생지인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베들레헴에서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브라힘의 불만이다. 손님은 베들레헴이 끌어들이지만 돈은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이 벌고 있다는 것이다. 

예수 탄생지인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베들레헴 외곽의 예수탄생 교회에서 23일 성탄절 장식전등이 빛나고 있다. 베들레헴 | AP연합뉴스

24일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올해 베들레헴을 찾는 관광객은 145만명으로, 지난해보다 6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이스라엘을 찾는 관광객 350만명 가운데 약 42%가 베들레헴을 찾는 셈이다. 특히 이번 크리스마스엔 9만명이 몰려 ‘반짝 특수’가 예상된다. 베들레헴 상공회의소의 사미르 하즈분 소장은 “이번 크리스마스 땐 베들레헴에서 방을 구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지금은 1999년보다 낫다”고 말했다.

99년은 이스라엘의 점령에 맞서 일어선 팔레스타인의 2차 저항(인디파타)이 일어나기 1년 전이다. 2000년 9월 2차 인디파타가 시작돼 2004년 종료되기 전까지 베들레헴은 그 중심이었다. 특히 2003년 이스라엘 당국이 베들레헴 주위에 8m 높이의 장벽을 쌓으면서 베들레헴은 완전히 고립됐다. 

2차 인디파타 종료 후 베들레헴 관광붐은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당국도 베들레헴을 찾는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예루살렘에서 약 5㎞ 떨어진 베들레헴으로 가는 길목의 검문소를 개방하고, 가자지구에 있는 기독교도를 위해 국경을 개방하기도 한다. 이 덕분에 과거 당일치기로 베들레헴을 찾던 관광객들 가운데 호텔에 투숙하는 비율이 지난해보다 45% 늘고, 호텔의 수익도 두 배 늘었다. 

하지만 베들레헴 사람들의 가장 큰 불만은 관광객 대부분이 베들레헴이 아닌 예루살렘에서 돈을 쓴다는 점이다. 관광객의 42%가 베들레헴을 찾지만 베들레헴의 관광수입은 이스라엘의 5~10%에 불과한 실정이다. 베들레헴을 찾는 대부분 관광객들은 구유광장에 있는 예수탄생교회나 라헬무덤을 보고는 곧바로 버스에 올라타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관광구조 탓이다. 

빅토르 바타르세 베들레헴 시장은 미국 일간 매클레치에 “이스라엘은 베들레헴 이름을 이용하면서 관광에 따른 수익을 95%나 가져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