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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사 2010.8.~

터키 학교 내 히잡 착용 두고 논란

터키에서 학교 내 히잡 착용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2008년 여당의 히잡 착용을 허용하려는 시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제동을 건 후 2년 만에 다시 여당이 히잡 착용 금지 법안을 폐지하려고 나선 탓이다.

20일 AP통신에 따르면 터키 집권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은 지난 20일 대학 내에서 히잡을 쓰는 것을 금지한 현행 법안을 폐지하는 데 실패했다. 세속주의 야당의 강한 반대 때문이었다. 세속주의 법과 무슬림 인구가 공존하는 터키에서 히잡 등 이슬람 여성들의 신체를 가리는 쓰개의 착용 금지 여부는 항상 논란을 일으리는 문제다. 현재 터키 여성들은 히잡을 착용할 자유가 있지만 학생들과 교사, 공무원들은 히잡을 착용할 수 없다.

지난달 실시된 헌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에서 터키 국민들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이끄는 정의개발당의 손을 들어줬다. 이 헌법 개정안에는 서구식 민주화를 추진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20일 여당은 대학생들이 히잡을 착용할 수 있도록 야당 국회의원들을 설득하려 했으나 세속주의 야당은 이를 거부했다. 이 국민투표 결과에 자신을 얻는 여당이 2008년 헌법재판소에 의해 금지된 학교 내에서의 히잡 착용까지 해제하려 했으나 실패한 셈이다.

이달 초 터키 고등교육위원회 위원장 유서프 지야 오즈칸은 히잡 착용 금지를 비판하며 이스탄불대학의 교수들에게 히잡을 착용한 학생들을 교실 밖으로 내쫓지 말도록 지시했다. 또 20일에는 “여학생들이 히잡을 쓴 채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즈칸의 이 같은 발언은 터키 내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터키의 7500만 인구 가운데 대부분은 무슬림이다. 하지만 세속주의 야당은 히잡 착용 금지는 신정분리원칙의 가장 상징적인 조치이고, 학교에서 히잡 착용을 허용하는 것은 터키의 세속 법률을 무시하는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들은 히잡 착용을 허용하는 것이 여학생들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도록 압박하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야당의 중진 의원인 케말 아나돌은 에르도안의 집권 여당과 45분 동안 회담을 가진 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학에서의 히잡 착용을 허용하려는 여당의 시도는 인정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터키가 암흑으로 나아가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에르도안 총리는 터키 국영 아나톨리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야당은 위선적”이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총리가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야당이 적은 의석 수를 차지하고 있는 의회에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즈칸 고등교육위원장은 한 여학생이 정부 인권위원회에 모자를 쓰고 있었다는 이유로 쫓겨났다는 불만을 제기한 후 이스탄불 대학 교수들에게 복장을 이유로 학생을 나가게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의 지시는 히잡에 대한 규제도 완화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학생들은 이미 모자나 가발을 히잡 위에 쓰는 것으로 히잡 착용 금지에 반항하고 있고, 다수의 학생들은 교문 앞에서 히잡을 벗고 학교에 들어가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압둘라 굴 터키 대통령의 부인인 하이루니사 굴도 지난 19일 히잡을 쓴 모습을 터키 방송에서 보여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전까지는 두드러지는 행동을 하지 않았던 하이루니사 굴은 독일 대통령을 맞이하는 환영식장에 히잡을 쓰고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