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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사 2010.8.~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마지막 래퍼

모다파르 아싸르(23)의 랩 공연은 하마스 경찰의 단속 때문에 시작한 지 30분 만에 끝나버렸다. 경찰은 아싸르의 비디오 카메라를 몰수해 체제전복적인 사진들을 지운 채 돌려줬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열린 첫 랩공연을 보기 위해 450여명의 관객들이 모여들었지만 3시간 예정이었던 공연은 이렇게 끝나버렸다.

아싸르는 매우 실망했지만 놀라지는 않았다. 그는 그의 랩을 이슬람에서 금지한 것이라고 말하는 하마스 당국으로부터 공연 허가를 받으려고 그날 새벽까지 애를 썼다. 아싸르는 “그들은 내 말은 전혀 양해해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자에서는 보기 드문 빡빡 깎은 머리와 다듬은 수염도 그가 허가를 받는데 불리하게 작용했다.

2009년 3월 열린 이 공연은 아싸르의 랩 경력에서 최고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13살 때 랩 음악에 푹 빠진 이후 그는 아랍 랩을 가자에서 공연하는 꿈을 품게 됐다. 아싸르는 랩 그래피티로 장식돼 있는 그의 집 침실에서 “처음 랩을 듣기 시작했을 때 아랍 랩이라고 하는 건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다 그는 알제리 랩을 우연히 알게 됐고 “나라고 왜 이걸 못하겠나”라고 생각하게 됐다.

운율을 맞추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그는 혼자서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 아싸르는 다른 랩 애호가인 살림과 함께 팀을 만들어서 작업했다. 그는 “우리는 랩 기술을 연습했고, 우리 자신만의 곡과 가사를 만들었다. 인터넷을 보면서 독학했다”고 말했다.

아싸르오 살림은 가자의 비정부기구(NGO)들로부터 지원을 받으려고 노력했고, 프랑스 문화센터가 이들을 도왔다. 그러나 갑자기 하마스와 파타 사이에 피비린내 나는 충돌이 시작됐고, 하마스가 가자를 지배하게 됐다.

이 충돌의 와중에 아싸르의 친구가 전투 중에 살해된 것은 그에게 가장 강렬한 곡을 만드는 데 영감을 주었다. 그는 ‘야 알라’(나의 신이여)라는 제목의 고통과 상실, 통합의 필요성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곡을 만들었다.

아싸르와 다른 두 멤버로 구성된 ‘스트리트밴드래퍼즈’는 다른 음악 장르의 공연자들과 함께 다양한 가자의 공연에 초대됐다. 이 공연들에서 아싸르는 자신감과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덕분에 이들은 18개월 전 경찰에 의해 중단된 자신들만의 공연을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상황은 점점 어려워졌다. 아싸르는 “우리는 더 이상 자체 공연을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마스가 영업허가를 유지하고 싶으면 스트리트밴드래퍼즈에게 장소를 제공하지 말라고 스튜디오 주인들에게 강요한 덕에 12곡을 실을 생각이었던 앨범녹음은 보류됐다. 재정적인 지원을 받을 가망도 없어졌다.

아싸르는 “한때 가자에는 세 개의 랩 밴드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그 밴드들은 모두 활동을 중단했고, 아싸르의 파트너였던 살림도 외국에 나가있다. 결국 아싸르는 가자의 마지막 래퍼가 되었다.

그는 “하마스는 이런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양의 랩이 이슬람 문화에 맞지 않는다는 분위기 때문이다. 아싸르는 “나는 매우 실망했다. 내가 요구한 모든 것은 일하고 공연할 공간뿐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랩을 그만두거나 가자를 떠나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가 부족한 것은 아싸르만이 아니라 달리 음악을 통해 그들의 꿈과 감정과 불만을 분출할 수 없는 많은 가자의 젊은이들에게 힘든 일일 수밖에 없다.

20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 아싸르는 그의 꿈을 보류해 놓은 상태다. 그는 “나는 메시지를 갖고 있고, 그것을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라며 “사실 그것은 단지 하나의 메시지만이 아니고, 가자의 모든 것에 대한 내용이다. 그것은 단지 (이스라엘의) 점령에 대한 것만이 아니며, 우리들의 마음이 점령된 것에 대한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