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0-15 21:45:00ㅣ수정 : 2010-10-15 21:45:00
ㆍ“구조 전까지 절망 상태 분열·갈등…구조 포기도”
“우리는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3개 그룹으로 나뉘어 다퉜고, 주먹다짐을 벌이기도 했다.”
622m 깊이 지하에 69일 동안 갇혔던 칠레 광부들이 죽음의 공포 앞에서 떨고 의견 불일치로 몸싸움을 벌인 사실이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드러났다.
14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33명의 광부 가운데 28번째로 구조된 리카르도 비야로엘은 구조의 손길이 닿기 전인 17일 동안의 생활에 대해 “우리는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소모되고 있었다”면서 “다들 살이 무척 많이 빠졌으며 굶어 죽는 것을 기다리던 최악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구조된 이후 현재 산호세 광산 인근 코피아포의 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 비야로엘은 “나는 살이 26파운드(약 12㎏)나 빠졌다”며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내 아이를 만나지 못할까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8월5일 사고가 일어난 후 8월22일 구조대가 이들을 발견하기 전까지 17일 동안 구조되는 것을 포기한 광부들도 있었다”면서 “구조자들과 접촉하기 전까지 모두 극심한 공포와 절망에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17일 동안의 식량 분배에 대해 비야로엘은 “우리는 매몰된 후 첫 회의에서 갖고 있는 모든 음식을 공유하기로 합의했다”며 “24시간마다 참치를 조금 먹었을 뿐, 다른 아무 것도 먹을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식인에 대해 두렵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비야로엘은 “당시 아무도 그것(식인)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구조대와 접촉한 후 농담거리가 되긴 했다”고 회고했다.
비야로엘은 작업반장 루이스 우르수아가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르수아는 매일 우리더러 강해지라고 했다”며 “바깥 사람들이 우리를 발견하면 하는 것이고 안되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광부들 사이에 분열과 갈등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6번째로 구조된 오스만 아라야(30)는 “3개 그룹으로 쪼개졌고, 다툼도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 전 근무가 끝나 광산 밖으로 나갔던 다니엘 산데르손도 한 매몰 광부로부터 받은 편지 내용을 근거로 “그들은 다툼으로 인해 3개의 그룹으로 갈라졌다. 주먹다짐도 있었다”고 밝혔다. 산데르손은 그러나 다툼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가디언은 스페인 신문 ‘엘 파이스’의 보도를 인용해 광부들의 모습이 처음 공개됐을 때 화면에 나오지 않은 5명은 하도급 업자와 별도 계약을 맺고 작업하던 이들로 한때 독자적으로 터널을 파서 탈출할 궁리도 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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