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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사 2010.8.~

고대 문명 발상지 ‘비옥한 초승달’ 황무지화

ㆍ밀·보리 농사 시작… 가뭄에 지하수 말라 주민 이탈

고대문명의 발상지이자 밀과 보리농사가 시작된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심장부가 사막으로 바뀌고 있다. 점차 고온건조하게 변하는 기후 탓도 있지만 시리아 정부의 무능과 지하수 남용 등 인재(人災)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3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유프라테스강 유역에서 4년째 계속되는 가뭄으로 지하수가 고갈되면서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중심인 시리아와 이라크 일부 지역의 주민들이 심각한 기근을 견디다 못해 인근 도시로 떠나고 있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는 동쪽으로 페르시아만의 평야로부터 이란 고원,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유역을 거쳐 이집트 나일강 유역 평야까지 이르는 광대한 지역으로 고대 문명 발생지다. 

물과 식량을 자급자족하고 밀 생산량의 일부를 수출했던 시리아는 현재 식량의 상당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시리아의 수자원은 2002년에서 2008년 사이 절반가량 줄었다. 올리비에 드 슈터 유엔 식량권 특별조사위원은 “4년 동안의 가뭄으로 인해 시리아에서는 200만~300만명이 심각한 빈곤상태에 처했다”며 “올해만 5만가구 이상이 농촌지역을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에서는 고대부터 존재했던 수로 가운데 70% 이상이 지난 5년 동안 말라버리면서 지난해에만 10만여명이 고향을 등졌다. 

시리아 정부의 잘못된 농업정책 역시 사태를 악화시켰다. 시리아는 1988년부터 2000년까지 150억달러를 들여 관개사업을 벌였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목화와 보리 등의 농사를 계속 지으며 가뜩이나 부족한 수자원을 소모한 것도 가뭄 피해를 가중시켰다. 게다가 터키의 대형댐 건설로 유프라테스강으로 흘러내려오는 물의 양이 줄어들면 시리아와 이라크 두 나라가 겪고 있는 물 부족 위기는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가족들과 함께 이주민들의 임시 천막촌에 살고 있는 아메드 압둘라(48)는 “나의 밀밭 400에이커(약 162만㎡)이 몇 년 새 전부 사막으로 변했다”며 “우리는 떠나올 수밖에 없었다. 지금 우리에겐 돈도, 직업도, 희망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