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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멋대로 재건축 못한다
 수원 | 경태영·김기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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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법원 “20년 지나도 철거요건 충족돼야”

지자체가 ‘건축물이 지어진 지 일정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주거환경개선사업 정비구역으로 지정한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경기 지역에서는 모두 90여건의 주거환경개선사업과 53곳의 뉴타운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이를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의 유사소송이 잇따를지 주목된다.

수원지법 행정2부(전광식 부장판사)는 안양시 안양5·9동 주민 88명이 경기도지사·안양시장·대한주택공사 사장을 상대로 낸 안양 냉천지구(안양5동)와 새마을지구(안양9동) 주거환경개선사업 정비구역 지정처분에 대한 취소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경기도와 안양시는 이들 정비구역의 건축물에 대해 철거가 불가피한 건축물인지를 조사한 후 노후·불량 건축물로 분류해야 했다”며 “그러나 단순히 1985년 6월30일 이전 건축물을 모두 노후·불량 건축물로 분류해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주거환경개선사업 정비구역으로 지정하려면 철거가 불가피한 건축물로 준공 후 20년이 지났거나, 건축물이 노후되어 수선만으로 기능을 회복할 수 없는 노후·불량 건축물이 밀집되어 있어 주거지로서 기능을 다하지 못하거나, 도시 미관을 현저히 훼손하는 지역이라는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여러 가지 정비구역 지정 요건 중 한 가지 요건만 갖추면 주거환경개선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규정한 경기도 조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규정보다 완화된 것으로 시행령 위임 범위에서 벗어나 무효”라고 덧붙였다. 

안양5·9동 주민들은 경기도가 지난해 3월 이들 지역을 각각 주거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한 데 이어 안양시가 지난해 8월과 12월 주거환경개선사업 시행인가를 내주자 소송을 냈다. 이들은 “상당수 건물의 상태가 양호한데도 시와 도가 주거환경개선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를 가져오고 주민들이 오래 거주지를 떠나야 하는 피해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남은경 부장은 “이번 판결은 주민들이 원치 않는 상황에서 법적 요건만 갖췄다고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주거환경정비 및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앞으로 지자체들은 재개발시 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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