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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재개발기사 2007~2010

‘오세훈식 뉴타운’ 고삐 풀린다 2008.6.18.

‘오세훈식 뉴타운’ 고삐 풀린다
 김기범기자 holjjak@kyungh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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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서울시 ‘재개발 완화’ 조례 추진 논란

서울시의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 개정안에 대해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제2의 뉴타운계획’으로 해석했다. 개정안은 규제 완화가 골자인 데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재개발지역 내 기반시설 확충까지 보태지면 조례 개정 후 ‘재개발’ 등은 뉴타운 건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억제 약속 깨고 ‘광역시설 확충’꼼수 
655곳 재개발 가능 “집값 폭등 불보듯”


이렇게 되면 ‘뉴타운 20곳’에 해당하는 규모의 재개발이 새로 추진된다. 서울 전역에서 현재 ‘진행형’ 상태에 있는 35곳을 포함, 50여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뉴타운 혹은 뉴타운급 건설이 추진되는 것이다. 1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개정 조례안이 시행되면 종전에 넓이와 관계 없이 1개동으로 산정되던 비주거용 건물의 경우 연면적 180㎡가 넘으면 2개동, 270㎡가 넘으면 3개동으로 산정된다. 접도율도 50% 이하로 낮아져 도로 사정이 비교적 양호한 곳도 재개발이 가능해진다. 과소필지 역시 주거지역·상업지역·공업지역으로 나뉘어 해당 지역 내 과소필지 비율이 높아진다.

시민단체들은 서울시가 확정한 조례가 시행되면 655개 지역에서 2475만㎡가 재개발 절차를 밟을 것으로 분석했다. 서울시는 이들 지역 가운데 이미 개발이 마무리된 곳을 제외하고 요건을 충족시키는 곳을 정비예정구역에 추가해 재개발구역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또 도시·주거환경 정비 예정구역을 광역단위로 지정할 방침이다. 서울시 정병일 주거정비과장은 “재개발·재건축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로 등 기반시설을 광역적으로 확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지리학과 김용창 교수는 “지금 재개발구역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곳들도 규제완화에 따라 재개발지역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접도율과 호수 밀도 등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재건축을 추진했던 성동구 응봉동 응봉1주택재건축추진위원회는 규제가 완화되면 재개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재개발기본계획에서 탈락한 지역 가운데는 지난 총선 때 4차 뉴타운 지정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이 제시된 곳이 다수 포함돼 있다.

서울시는 뉴타운 사업이 원주민을 쫓아내는 데다, 집값만 올리고 서민들이 살 수 있는 값싼 소형주택을 없앤다는 지적(경향신문 4월29일·5월13일자 보도)에 따라 주거환경개선정책자문위원회를 꾸리고 올해 말까지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기존 뉴타운 사업이 가시화되어야만 추가로 4차 뉴타운을 지정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그런데 이번 개정 조례안이 시의회에서 통과되면 오 시장은 약속을 깨고 한나라당 의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실질적인 뉴타운 지정을 보장해 주는 결과를 낳는다. 시민단체들은 “현재도 뉴타운 사업으로 인해 강북 곳곳의 집값이 폭등하고 있는데 오 시장은 재개발 규제를 완화, 활활 타는 ‘불’에 기름을 끼얹겠다는 것인가”라며 비난했다.

부동산업계는 “재개발 규제가 완화됐다는 얘기만 나와도 집값이 폭등할 것”이라며 “지금의 부동산 시장 상황에서 재개발구역을 확대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성북주거복지센터 남철관 사무국장은 “오 시장의 재개발 규제 완화는 서민 주거안정 정책과도 어긋나고 사회문제화한 뉴타운 문제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이종현 공보특보는 “조례 개정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시장의) 공식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 주택국 실무담당자는 “도시·주거환경 정비 기본계획상 정비예정구역에 포함돼 있는데도 지정 요건에 미달하는 구역에 대한 민원 해소 차원에서 극히 제한적으로 적용시키고자 조례 개정 입법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기범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