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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사 2010.8.~

소·양고기 ‘금값’ … 라마단 끝나도 배고프겠네

라마단(금식월)의 마지막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전 세계 이슬람 국가들의 저녁 식탁에 고기반찬이 줄었다. 국제 육류가격 폭등의 여파로 특히 무슬림들이 즐기는 양고기와 쇠고기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어서다.

마을마다 빵 굽는 냄새가 진동하고, 집집마다 풍성한 먹을거리를 장만하는 라마단의 평화로운 저녁 풍경이 다소 스산해진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6일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돼지고기 소비가금지돼 있는 이슬람 국가들에서 지난 여름 쇠고기와 양고기 가격이 각각 30%가량 올랐다고 전했다. 호주축산공사에 따르면 호주산 양의 가격은 현재 중동지역에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집트 육류수입연합회장 알라 라드완은 “현재 육류가 심각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전에도 라마단 기간의 육류 가격은 평상시보다 다소 높은 것이 일반적이었다. 무슬림들은 일몰 뒤 첫 식사인 ‘이프타르’ 만찬에 가족들이 둘러앉아 폭식을 하는 습관이 있다. 

그러나 올해는 통상적인 가격 상승에다 국제 곡물가격도 폭등한 탓에 이미 라마단 전부터 높은 상태였던 육류가격이 계속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극심한 가뭄으로 밀을 비롯한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면서 식량수입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에서는 가축 사료용 보리값이 2배 이상 뛰었고, 사료값 인상이 다시 육류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이집트의 식량물가 상승률은 18.5%에 달한다. 지난주 모잠비크에서는 빵 가격이 치솟는 것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면서 시위대 10명이 숨지는 사건도 일어났다.

이러한 육류가격 급등은 라마단 직후의 연휴인 ‘이드 알 피트르’와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드 알 아드하’를 맞는 오는 11월에도 이어져 무슬림들은 푸짐한 식탁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라마단은 나라별로 지난달 10일(또는 11일) 저녁에 시작해 9~11일 사이에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