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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동물, 함께 사는 이야기

7마리가 돌아갔는데 9마리가 늘어났다,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기적

제돌이 방류 7주년, 한국의 돌고래들 안녕하십니까②

지난 8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포착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오른쪽)의 모습. 등지느러미 가운데에 하얀색 숫자 ‘1’이 보인다. 김기범기자.

지난 8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포착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오른쪽)의 모습. 등지느러미 가운데에 하얀색 숫자 ‘1’이 보인다. 김기범기자.

2013년 7월 18일,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에 이용당하던 제주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제주 바다로 돌아갔다. 국내에서 사육되던 돌고래를 자연으로 돌려보낸 첫 사례였다. 동물보호단체, 환경단체, 전문가 들의 노력과 이에 호응한 서울시 덕분이었다. 이후 서울시는 ‘돌핀 프리’ 선언을 통해 사육 중이던 돌고래 중 ‘태지’ 한 개체를 제외하곤 모두 야생으로 돌려보냈다. 큰돌고래인 태지는 일본 와카야마현 타이지(太地) 출신이어서 야생으로 돌려보낸 것에 대한 이견이 존재했고, 현재 제주 서귀포의 수족관 퍼시픽랜드에서 보호 중이다. 태지라는 이름 자체가 타이지라는 지명의 우리말 발음에서 따온 것이다.

해양수산부도 이런 흐름에 발을 맞췄고, 2017년까지 국내에서 방류된 돌고래는 모두 7마리로 증가했다. 해양동물 보호에 관심이 큰 세계 동물보호단체들이나 관련 학계에서는 한국의 이 같은 돌고래 방류를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 돌고래들을 원서식지로 돌려보낸 것, 즉 자연 상태로 만들어준 것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제주 서귀포시의 수족관 퍼시픽랜드에서 보호 중인 큰돌고래 태지의 모습. 김기범기자.

7마리라는 수가 작아보일 수도 있지만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의 수를 감안하면 결코 작은 비율이 아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서 연간 4회 정도의 모니터링을 통해 추정하고 있는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의 수는 110~120마리 안팎에 불과하다.

그런데 돌려보낸 돌고래는 모두 7마리인데, 방류를 통해 늘어난 제주 남방큰돌고래 개체 수는 모두 9마리가 됐다. 9마리는 3년 전 방류됐지만 이후 모습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금등, 대포 두 마리를 사망, 또는 실종으로 쳐서 늘어난 개체 수에 포함시키지 않은 수치다. 7을 더했는데 9가 늘어나는 이 같은 셈법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바로 돌아간 돌고래 중 암컷 3마리가 총 4마리의 새끼를 출산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오전 새끼를 데리고 이동 중인 남방큰돌고래의 모습. 김기범 기자

지난 8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오전 새끼를 데리고 이동 중인 남방큰돌고래의 모습. 김기범 기자

지난 8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오전 새끼를 데리고 이동 중인 남방큰돌고래의 모습. 김기범 기자

제주 지역에 상주하며 돌고래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에 따르면 방류된 돌고래 중 암컷인 삼팔이는 두 차례에 걸쳐 새끼를 낳았고, 춘삼이와 복순이는 각각 한 번씩 새끼를 낳았다. 덕분에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방류를 통한 개체 수 변화는 ‘7+4-2=9’가 되었다. 제주의 남방큰돌고래 전체 개체 수의 10%에 가까운 수인 9마리가 방류와 방류 개체의 출산을 통해 추가된 셈이다.

삼팔이가 새끼를 데리고 있는 것이 처음 확인된 것은 2016년 3월과 2019년 8월이다. 삼팔이는 당초 제돌, 춘삼이와 함께 2013년 7월 방류될 예정이었으나 같은해 6월 야생 적응훈련 중이던 제주 김녕 앞바다의 가두리에서 탈출한 개체다. 이후 제돌이와 함께 방류된 춘삼이가 삼팔이와 같은 해인 2016년 8월 새끼를 데리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또 다음으로는 2015년 방류된 복순이가 2018년 새끼를 데리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제돌이와 춘삼이의 경우 등지느러미에 각각 1과 2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기 때문에 MARC나 고래연구센터, 해양생물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처럼 돌고래 모니터링을 자주 실시하는 이들뿐 아니라 관광객들도 망원경 등을 통해 개체 식별이 가능하다.

지난 8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포착된 남방큰돌고래 춘삼이(오른쪽 첫번째)의 모습. 등지느러미에 하얀색 숫자 2가 새겨져 있다. 김기범기자

지난 8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포착된 남방큰돌고래 춘삼이(오른쪽 첫번째)의 모습. 등지느러미에 하얀색 숫자 2가 새겨져 있다. 김기범기자

지난 8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포착된 남방큰돌고래 춘삼이(오른쪽 첫번째)의 모습. 등지느러미에 하얀색 숫자 2가 새겨져 있다. 김기범기자

당초 제돌이와 춘삼이, 삼팔이의 방류 준비를 하던 연구자, 시민단체 활동가 등이 가장 걱정한 것은 이들이 바다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항공기와 특수차량을 통해 제주로 이송한 돌고래들은 바다에 돌아가기 전 제주 연안의 가두리에서 야생 적응훈련을 받았다. 가두리에 갇혀있다는 것을 제외하곤 야생과 다를 바 없는 환경에서 냉동 생선이 아닌 살아있는 물고기를 먹이로 공급받으며 야생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한 것이다. 살아있는 먹이를 사냥할 수 있는지 여부는 야생에서 생존할 수 있는지를 가름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다행히 제돌, 삼팔, 춘삼, 태산, 복순 등 다섯개체는 모두 야생에 잘 적응했고, 암컷들은 새끼를 출산하면서 멸종위기인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개체 수 유지에 큰 역할을 했다. 남방큰돌고래는 아프리카 동남해안, 아라비아해, 인도양, 동남아시아와 호주 및 뉴질랜드 등의 바다에 서식하는 해양동물로 국내에는 제주도 연안에만 110~12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지난해 12월 남방큰돌고래를 준위협(NT·Near Threatened)종으로 분류한 바 있다. NT는 멸종위기 직전의 상태, 또는 보호조치가 중단될 경우 멸종위기에 처하게 될 것임을 뜻한다.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의 모습. 김기범기자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의 모습. 김기범기자

그런데 성공적으로 야생에 적응한 다섯개체와 달리 방류된 직후부터 모습이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개체들도 있다. 바로 3년 전인 2017년 7월 18일 바다로 돌아간 금등이와 대포다. 다른 개체들이 탈출하거나 방류된 지 며칠 만에 모습이 바다에서 확인되고, 짧은 기간 만에 무리에 합류한 모습도 관찰된 것과 달리 이들 두 개체는 아직까지 한 번도 관찰된 적이 없다. 금등, 대포의 등지느러미에는 각각 6과 7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다. 제주 연안에서 활동하고 있다면 제돌, 춘삼처럼 쉽게 관찰하는 것이 가능한 상태인 것이다.

이처럼 금등, 대포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폐사와 장거리 이동이라는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야생에 적응하지 못한 채 방류 이후 바로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이 있다.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연안에 주로 서식하며 먼 거리를 이동하는 일이 드문 종이기 때문이다. 금등, 대포는 다른 방류 개체들에 비해 긴 시간 동안 사육을 당했기 때문에 야생에 적응하는 것이 더 힘들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금등이와 대포는 불법 포획된 이후 각각 19년과 20년 동안 돌고래쇼에 이용당했다. 이들보다 앞서 바다로 돌아간 개체들은 공연에 동원당한 기간이 제돌 1540일, 춘삼 1487일, 삼팔 1137일, 복순 2258일, 태산 2203일로 3~6년 안팎이었다. 남방큰돌고래의 수명은 40∼50년 정도다. 금등이와 대포의 나이는 20대 중반 정도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들 두 개체의 사체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남방큰돌고래가 장거리를 이동한 사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제주 연안이 아닌 다른 바다로 이동했을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 금등, 대포가 폐사했든, 먼 바다로 이동했든 다시 이들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은 어려워 보이기 때문에 금등, 대포가 방류 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미스테리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 제주 남방큰돌고래 방류 관련 주요 사건 일지

2013.6.22. 야생 적응훈련 중이던 가두리에서 삼팔 탈출.

2013.6.27. 성산 앞바다에서 삼팔 발견

2013.7.18. 김녕 앞바다에서 제돌, 춘삼 방류

2013.7.27. 세화 앞바다에서 30~40여마리의 남방큰돌고래 무리에 삼팔, 춘삼이 합류 확인.

2013.8.3. 종달~행원 앞바다에서 90~100여마리의 남방큰돌고래 무리에 제돌, 춘삼이 합류 확인.

2015.7.6. 함덕 앞바다에서 태산, 복순 방류

2015.7.15. 종달리 앞바다에서 70여마리의 남방큰돌고래 무리에 태산, 복순 포함 방류된 돌고래 5마리 모두 확인.

2017.7.18. 함덕 앞바다에서 금등, 대포 방류

(발견 시기와 장소 등은 관찰자에 따라 다소 다를 수 있음)

* 제주 남방큰돌고래 출산 최초 확인 시기

삼팔 2016.3.28, 2019.08.15

춘삼 2016.8.19

 

복순 2018.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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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7181919001&code=940100#csidx50a430aba4286fd9d60a42bae2e059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