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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동물, 함께 사는 이야기

폐광에서 만난 황금박쥐

지난 1일 일명 황금박쥐라 불리는 붉은박쥐 전남 함평 고산봉의 폐광에 다녀왔습니다.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함평 대동면에는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진 폐광 22곳이 있는데 여기에는 100마리에 가까운 황금박쥐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개체 수는 해마다 조금 다르긴 한데요, 지난해에는 국립생물자원관의 조사 결과 91마리가 확인됐습니다. 현재 국내에 서식하는 개체 수인 291마리의 31%가 넘는 수치이지요.

함께 폐광을 둘러본 영산강유역환경청에서 제공해주신 사진들을 보시기 전 아래 기사를 보시면 붉은박쥐에 대해 더 자세히 아실 수 있을 겁니다~


‘황금박쥐’가 선택한 최고의 보금자리, 폐광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4062132045&code=61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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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는 붉은 빛깔이 감도는 모습을 보실 수 있는데요, 실제로 제가 본 붉은박쥐들은 붉은 빛이 감도는 노란색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황금박쥐라는 별명이 붙은 게 아닐까 싶네요. 작고 앙증맞은 모습이 지금까지 갖고 있었던 박쥐에 대한 선입견을 확 날려주었습니다.







붉은박쥐와는 달리 국내 곳곳의 많은 동굴과 폐광에서 확인되는 종인 관박쥐입니다. 많은 곳에서 우점종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녀석이지요. 제가 찾아간 동굴에서도 붉은박쥐보다 개체 수가 적기는 했지만 앞팔을 퍼덕이며 날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붉은박쥐보다 크기 자체도 크긴 했지만 날개를 펴니까 몇 배 더 커보이더군요. 밤에 보면 살짝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실제로는 박쥐들이 더 사람을 무서워하겠지요.


자, 여기서부터는 영산강유역환경청에서 제공해주신 잘 나온 사진들이 아닌 1일 제가 발로 찍은 사진들이 나갑니다.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들이 dslr로 찍은 사진들보다는 잘 나왔더군요. 도저히 신문에는 실을 수 없는 저질 사진들이지만 블로그에는 올려봅니다. 아직 동면 중인 박쥐들이 깨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이폰의 경우는 무음카메라로, dslr의 경우는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고 찍은 사진임을 양해해 주시길~ 그나마 알아볼 수 있는 사진으로 올립니다.




요 아래부터는 아이폰으로 찍은 것들이네요.  기사 중에 언급된 한쪽 다리만 뗀 채 잠에서 깨어나던 중으로 추정되는 붉은박쥐와 역시 기사에도 언급된 관박쥐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폐광의 모습입니다. 입구가 아주 좁게 남아있는 폐광도 있었고, 사람이 드나들 만한 곳이다보니 영산강유역환경청에서 입구를 쇠창살로 막아놓고 관리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막혀있지 않은 폐광의 입구는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블로그에 공개하지는 않도록 하겠습니다. 현지의 감시원이나 자연해설사분들이 아니고서는 이 폐광들을 쉽게 찾아내기는 어렵겠지만요.






좋지 않은 의도로 만들어진 폐광들이지만 지금은 붉은박쥐를 비롯한 동굴성 동물들에게 아늑한 서식처가 된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디 폐광에서 붉은박쥐들이 안정적으로 편안히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