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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스페인 출장(2012.06.)

유로존 위기 취재 - 스페인(2) 분노한 사람들


스페인에 도착한 지 이틀째인 6월 16일 토요일 저녁에는 마드리드 시내에서 인디그나도스(분노한 사람들)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은행가들을 상징하는 꼭두각시 인형을 갖고 나온 사람부터 가족 단위로 소풍 나오듯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 연인들까지 꼭 한국의 촛불 시위를 연상케 하는 자유롭고 즐거워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들이 외치고 주장한 구호 중에 구제금융은 잘못을 저지른 은행들이 아닌 자신들 서민에게 지원해줘야 한다는 얘기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의 잘못으로 스페인이 재정위기를 겪게 된 것은 아니지요.

그러나 은행들이 아무리 마구잡이로 대출을 해줬다고는 해도 부동산 투기를 벌이며 거품을 만들어낸 것에는 스페인 사람들도 책임이 없다고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데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부터 평범한 사람들, 정치인들까지 스페인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이 위기는 우리의 잘못이 아니며 우리는 그리스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완전히 잘못된 생각은 아니지만 글쎄요, 막대한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 탓이 아니야라고만 생각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이번 위기는 물론 유로존과 금융자본주의의 구조적인 문제점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특히 스페인 정치인들이나 언론의 위에 언급한 내용처럼 지나치게 낙관적인 모습은 좀 의아하게 느껴졌습니다. 항상 비관적인 기사만 쓰고, 보아와서 그런 것일까요......


아래 사진들은 저녁 7시에서 10시 정도까지 시위대를 따라다니며 찍은 사진들입니다. 이 나라에서는 예전에 한국에서 문제가 됐던 일몰 후 집회가 벌어지기는 쉽지 않겠더군요. 10시에도 일몰은 커녕 대낮처럼 밝으니까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