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첫 인상은 참 사람들이 낙천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농산물이 풍부해서일까요? 제가 찾아갔던 6월 중순 당시 그리스 다음으로 위기에 빠질 나라로 지목받던 그 나라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스페인을 잘 모르는 저로서는 '내가 맞게 온 건가'라는 의문이 생길 지경이었습니다.
스페인에 처음도착한 6월 14일 저녁에는 일단 저도 피로한 상태라 저녁을 먹으면서 샹그리아를 한잔했습니다. 샹그리아는 포도주에 과일과 탄산음료 같은 것을 섞은 칵테일인데 아무 생각 없이 시켰더니 1.5리터는 되어보이는 양이 나와서 다 마시느라 혼났네요.
아래 거리는 그 유명한 푸에르타 델 솔, 즉 솔광장에서 조금 걸어가면 나오는 곳인데 이렇게 노천에서들 많이 먹고 마시고 하더군요.
기사에는 다소 비판적인 내용을 쓰긴했지만 사실 저는 스페인을 비롯한 라틴계 나라들의 시에스타, 즉 오후 3시~5시 사이의 낮잠 시간을 비판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어떤 관습이 생겨난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니까요. 그런데 스페인 사람들의 시에스타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낮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지요. 새벽 4시면 이미 해가 떠있고, 저녁 10시에도 훤한 데다 타는 듯이 더운 곳에서 살다보면 아무래도 점심을 늦게 먹게 되고, 낮잠도 자게 되고, 저녁을 늦게 먹고, 늦게까지 놀게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누에보스 미니스테리오스 같은 관공서나 기업들이 몰려있는 곳에서 아래 사진들처럼 태평한 모습으로 맥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뭐 한국에도 낮술 문화라는 게 있긴 하지만 굳이 낮잠이라는 비공식적인 휴식시간에 저렇게 술까지 마시면서 앉아있는 모습은 좋게 보이지만은 않았습니다. 한국의 회사원이나 공무원들에 비해 여유로운 모습은 부러웠지만, 제 경우에는 독일인들처럼 얼른 업무를 끝내고 해가 지기 전인 3~4시면 퇴근을 하는 게 더 맘에 들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맥주 정도는 음료수라고 생각하면 또 이해 못할 정도는 아니겠다 싶기도 하네요. 실제 취재 과정에서 스페인 사람들이 커피나 간단한 아침을 먹는 카페에 가서도 아침시간대에 아무렇지도 않게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꽤 보기도 했고요.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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