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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관련 기사 2010.2.~

‘혼돈의 10시간’… 무바라크 하야설부터 사임 거부까지

‘혼돈의 10시간’… 무바라크 하야설부터 사임 거부까지

ㆍ군부·여당, 오후부터 ‘하야’ 발언 쏟아내
ㆍ밤 10시45분 무바라크 연설서 ‘없던 일로’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대는 물론 전 세계가 10일 저녁(현지시간)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하야를 기대하게 된 것은 이날 오후부터 이집트 군부와 집권 여당이 무바라크 하야를 예고하는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특히 군부와 집권 국민민주당(NDP)이 무바라크의 하야가 임박한 듯한 발언을 내놓은 직후 이집트 국영방송이 무바라크의 대국민 연설을 예고한 것이 기대를 한껏 부풀리게 했다. 이집트 집권세력이 치밀한 각본을 토대로 연출한 한 편의 대국민 사기극인지, 집권 정치권과 군부 간에 또는 군부 내 균열이 생긴 것인지 의혹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무바라크의 하야 기대로 이날 시위대의 규모는 순식간에 수십만명으로 불어났다. 승리를 확신한 시민들은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모여 축제 분위기를 자아냈고, 외신들은 무바라크의 하야가 예상된다는 내용의 기사를 쏟아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수장의 무바라크 하야 예상 발언은 무바라크 하야를 기정사실로 만든 또 다른 불씨였다.


무바라크 하야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이날 오후 이집트 군 고위 간부의 발언으로부터 시작됐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타흐리르 광장에서 승리의 함성이 터진 것은 하산 알 로웨니 카이로 방위사령관이 시위대를 상대로 “당신들의 요구는 오늘 밤 모두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선언한 오후 5시20분쯤이다. 3분 뒤에는 호삼 바드라위 NDP 사무총장이 “무바라크 대통령이 오늘 저녁 하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군부는 오후 5시30분쯤 국영방송의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군이 국가를 수호할 것이며 시위대의 정당한 요구를 지원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군 최고회의의 ‘코뮈니케 1호’를 발표했다. 방송 뒤 무바라크 하야를 기대하며 타흐리르 광장으로 모여드는 시민들은 급격하게 늘었다.

오후 6시쯤에는 미 CIA 국장 리언 파네타가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무바라크가 하야할 것이라고 잘못 판단한 내용을 증언했다. 곧이어 이집트 국영방송이 무바라크의 대국민 연설을 예고했다. 이즈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세계가 이집트의 변화의 순간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해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나 오후 10시45분 시작된 TV연설에서 무바라크는 사임을 거부했다. 이날 시민들의 분노는 11일 사상 최대 규모의 민주화 시위로 폭발했다.

<김기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