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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관련 기사 2010.2.~

이집트 시위대가 신발 벗어 던지는 까닭은

이집트 시위대가 신발 벗어 던지는 까닭은

ㆍ아랍인들 ‘적대심·경멸감’ 최대의 표현
이집트 카이로 시민들이 10일 타흐리르 광장에서 신발을 벗어 흔들며 이날 연설을 통해 사임을 거부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카이로 | AFP연합뉴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하야 거부 연설에 분노한 이집트 시위대가 신발을 벗어 흔들고 공중으로 집어던진 이유는 무엇일까. 

CNN방송 영상과 외신 전송사진에는 이집트 시위대가 10일 반정부 시위에서 무바라크의 연설을 들은 후 신발을 벗어 흔들며 즉시 퇴진을 요구하는 장면이 종종 목격됐다. 

일부는 신발을 벗어 공중으로 집어던지기도 했다. 시위대가 이 같은 행동을 한 이유는 신발을 흔들거나 던지는 행위가 아랍권에서는 상대에 대한 깊은 적대심과 경멸감을 나타내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신발의 바닥 부분을 불결하게 인식하는 아랍권에서 신발을 들어 바닥 부분을 상대에게 보여주거나 상대를 향해 던지는 것은 중대한 모욕행위로 간주된다.

2008년 12월 이라크 언론인 문타다르 알 자이디가 이라크 바그다드를 방문, 기자회견을 하던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게 신발 두 짝을 던진 것 역시 경멸감을 표시하기 위한 행위였다. 당시 알 자이디는 외국 수반 모독 혐의로 3년형을 선고받았으나 1년으로 감형됐고, 모범수로 9개월 만에 석방된 바 있다.

지난 1월 하마스를 규탄하는 발언을 한 미셸 알리오 마리 프랑스 외교장관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방문하자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의 가족이 신발과 계란을 던지며 “가자를 떠나라”고 시위를 벌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기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