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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관련 기사 2010.2.~

이집트 시위 현장 ‘타흐리르 광장’서 결혼식 올린 부부, 왜?

이집트 시위 현장 ‘타흐리르 광장’서 결혼식 올린 부부, 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는 중심지인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6일 한쌍의 커플이 백년가약을 맺었다.

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약물학자인 아흐마드 자판과 그의 약혼녀 울라 압둘 하미드는 이날 타흐리르 광장에서 3만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은 반정부 시위의 최대 인파가 모였던 ‘분노의 금요일’인 지난달 28일부터 광장에서 함께 보냈다. 자판과 울라는 이 광장에서 보낸 10일동안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이 곳에서 결혼식을 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6일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결혼식을 올린 자판, 울라 부부.

자판은 “부모님이 결혼식 파티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해 걱정이 많았지만, 수많은 이집트인들과 아랍인들이 우리의 결혼식에 참석해 매우 기쁘다. 또한 전 세계로부터 축하를 받은 결혼식이 됐다”고 말했다.

울라는 자신의 결혼식보다 더 훌륭한 결혼식은 찾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다시 태어나는 역사의 현장인, 신성한 타흐리르 광장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자판과 울라는 모두 ‘미래의 창조자’라는 비정부기구 소속으로, 이 단체에는 5만명이 속해있다. 이들은 시위가 벌어지는 현장에서 다른 사람을 돕기로 다짐했다. 약물학자인 미래의 창조자 내 2240명 가운데 마약퇴치활동의 대표로 선출됐다.

이날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은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 특히 군부의 탱크 앞에서 찍은 결혼식 사진은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갔으며 두 사람은 결혼식 사진을 본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축하인사를 받았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