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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동물, 함께 사는 이야기

수족관 고래류 잇단 폐사, "남은 고래들만이라도 살리려면..."

제돌이 방류 7주년, 한국의 돌고래들 안녕하십니까⑤

최근 국내에서 수족관에 갇혀살던 고래류가 잇따라 폐사하면서 고래류의 수족관 사육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제기되어온 고래류의 수족관 사육을 금지하고, 남은 고래들을 야생 방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동물권단체의 한 회원이 24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에서 한화가 최근 여수 한화아쿠아플라넷에서 폐사한 벨루가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지고 남은 벨루가의 방류를 요구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동물권단체들과 환경단체 등 13개 시민단체는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에 남은 벨루가들을 방류할 것을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벨루가들을 방류하거나 바다쉼터(생츄어리)를 마련하는 것만이 남은 벨루가들만이라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권단체 회원들이 24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화가 최근 여수 한화아쿠아플라넷에서 폐사한 벨루가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지고 남은 벨루가의 방류를 요구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시민단체들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화 측에 벨루가 방류를 촉구한 것은 지난 20일 새벽 아쿠아플라넷 여수의 벨루가 3마리 중 수컷 ‘루이’의 폐사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보다 앞서 18일에는 울산 남구 고래생태체험관의 돌고래 ‘고아롱’도 폐사한 바 있다. 이 고래류들의 폐사 당시 연령은 야생 고래류 평균 수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야생 벨루가의 평균 수명은 30~50년에 달하지만 루이는 고작 12살에 사망했다. 이를 근거로 시민단체들은 고래류는 수족관 사육에 적합하지 않은 종임이 다시 증명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권단체 회원들이 24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화가 최근 여수 한화아쿠아플라넷에서 폐사한 벨루가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지고 남은 벨루가의 방류를 요구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실제 최근 10년간 국내의 돌고래 보유 수족관에서 폐사한 돌고래의 비율은 절반에 육박한다. 해양수산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내 돌고래 현황에 따르면 9개 수족관에서 전체 61개체 중 30개체가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폐사율은 49.18%에 달한다. 국내 수족관은 돌고래 둘 중 하나가 죽어나가는 곳인 셈이다. ‘돌고래 사형장’, ‘돌고래 무덤’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사육 중인 벨루가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시민단체들은 이날 “수족관을 방문해 표를 사고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모든 행위는 이 잔인한 시스템에 기여하는 일”이라며 “수족관에서 인간이 동물과 맺는 관계는 일방적이고 폭력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수족관) 동물은 가족과 무리로부터 납치되어 원래 서식 환경과 극단적으로 상이한 공간에 격리되고, 종종 원하지 않는 묘기를 부리도록 강요 당하는 등 장난감, 착취 대상, 구경거리로 전락한다”며 “갇힌 채 고통을 감내하며 무력해진 생명체를 눈요기 거리로 소비하는 데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우리들의 감각은 마비되고 공감 능력은 쇠퇴한다”고 지적했다.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사육 중인 벨루가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시민단체들은 또 “벨루가나 돌고래처럼 사회성이 강하며 행동반경이 매우 넓은 고래류에게 수족관은 특히나 가혹한 환경으로 알려져 있지만, 바다코끼리, 물개, 가오리 같은 다른 동물도 본래의 행동 생태를 유지할 수 없어 고통을 겪기는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국, 캐나다, 인도 및 유럽연합의 많은 국가는 이미 돌고래를 필두로 해 감금과 전시, 퍼포먼스를 금지하는 등 적극적인 보호정책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며 “중국도 아쿠아리움의 돌고래를 대체할 수 있도록 로봇 돌고래를 개발, 도입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시민단체들은 “국내에서는 롯데 아쿠아리움이 벨루가 두 마리의 폐사 이후 방류를 선언했고 구체적인 계획도 공표했다”며 “반면 한화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아쿠아플래닛 수족관 사업은 제주, 여수에서 일산, 광교로 확대되고 있으며 한화는 이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투자를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벨루가 폐사 사건은 아쿠아리움 사업이 지속 가능하지도, 윤리적이지도 않음을 만천하에 드러냈다”며 한화 측에 “남은 두 마리 벨루가의 방류를 즉시 결정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할 것과 추가적인 해양포유류 수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시민단체들은 또 해수부에도 “계속되는 폐사를 방관하지 말고, 남은 고래류에 대한 방류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자유연대, 동물을위한행동, 동물해방물결, 생명다양성재단, 시민환경연구소, 시셰퍼드 코리아, 정치하는엄마들, 핫핑크돌핀스, 여수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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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7241437001&code=940100#csidx8a7a6bcd4805d88b29e6fe9d6a3d78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