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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관련 기사 2010.2.~

고님 “영웅은 내가 아니라 거리의 시민들”

고님 “영웅은 내가 아니라 거리의 시민들”

ㆍ페이스북 통해 시위 주도… 체포 뒤 석방 ‘민주화 상징’으로

“나를 영웅이라고 부르지 말라. 진정한 영웅은 거리로 나간 사람들이다.”

이집트 반정부 시위 초반에 갑자기 사라지면서 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 떠오른 구글의 중동·북아프리카 마케팅 책임자 와엘 고님(31)이 지난 7일(현지시간)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27일 경찰에 체포됐다가 12일 만에 석방된 것이다. 

고님은 이번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인터넷의 거점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로 알려져 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고님은 석방된 뒤 이집트 TV들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어느 누구도 내가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자라는 사실을 알기를 원치 않았다”면서 지난해 6월 경찰에 의한 반부패 활동가 칼레드 사이드(28) 폭행치사 사건에 항의해 페이스북 페이지 ‘우리는 모두 칼레드 사이드다’를 만든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자신은 영웅이 아니라 거리로 나선 사람들이 영웅이라고 말했다.

고님은 “이(반정부 시위)는 인터넷 젊은이들의 혁명이며 이제는 모든 이집트인들의 혁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연행한 경찰이 자신을 ‘반역자’라고 부른 데 대해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에서는) 사악한 것(being evil)이 정상이기 때문에 좋은 의도를 가진 사람은 누구나 반역자”라고 되받았다. 그가 언급한 ‘사악한 것’은 구글의 모토인 ‘사악하지 말자(don’t be evil)’를 역으로 인용한 것이다. 그는 지난달 27일 친구 집을 나선 뒤 경찰관 4명에 의해 연행, 취조 당했지만 고문은 없었다고 말했다. 시위 주도세력의 하나인 4·6청년운동은 당시 그를 공식 대변인으로 임명한 바 있다. 

고님은 “모든 시위 희생자의 부모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면서 “이는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 권력을 잡고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 탓”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은 보복할 때가 아니라 나라를 세울 때”라고 말했다.

<조찬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