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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찡꼬’에 빠진 일본 노인 급증

‘빠찡꼬’에 빠진 일본 노인 급증

ㆍ100만명 이상이 의존증 추정… 노후자금 탕진 등 사회문제화

일본에서 빠찡꼬에 열중하는 노인들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혼자 살면서 겪는 쓸쓸함을 견디거나 정년 후 할 일이 없어진 다음 겪게 되는 따분함을 이기기 위해서다. 일본의 대중적인 도박기계로 전철역 인근 등 곳곳에 빠찡꼬장이 있어 노인들의 접근성이 용이한 것도 이유로 꼽힌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도쿄도 이타바시구 전철역 근처의 빠찡꼬장은 머리가 하얀 노인들로 꽉 차 있었다. 한 할머니(79)는 몇 해 전부터 멀리 외출하는 것이 힘들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한달에 몇 차례 정도 이 빠찡꼬장을 다니는 것이 낙이 된 경우였다. 

한달치 연금 11만엔(약 150만원) 가운데 2만엔(약 27만원)을 갖고 빠찡꼬장을 찾았다는 이 할머니는 “돈이 들기는 하지만 (빠찡꼬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아는 사람들과 만나 기분전환할 수 있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짝수달의 15일은 2개월분의 국민연금과 후생연금이 지급되는 날로 이 날에는 빠찡꼬 업소마다 연금을 받아 놀러온 노인들의 비율이 20~30%가량 늘어난다.

아사히신문은 8일 공익재단법인인 일본생산성본부가 15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08년까지 10년 동안 200만~300만명 정도로 유지되던 60세 이상의 빠찡꼬 인구가 지난해 약 430만명으로 급증했다. 빠찡꼬를 하는 인구의 약 25% 정도 수준이다.

빠찡꼬장을 다니기 위해 사채를 쓰는 노인들로 인해 가족관계가 붕괴되는 등 ‘빠찡꼬 의존증’이 늘어나는 것도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빠찡꼬 중독자 수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전문가들은 100만명 이상의 노인이 의존증에 걸린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법조인들로 구성된 ‘의존증문제 대책전국회의’에 70대 장인 문제로 상담하러 온 구마모토현의 한 남성은 “(장인은) 가족들로서는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태”라고 털어놓았다. 퇴직한 이후 빠찡꼬를 시작한 장인은 빠찡꼬에 노후를 위해 저축한 돈을 다 써버린 뒤 연금에마저 손을 대기 시작했다. 

대책전국회의 요시다 요이치 대표간사(74)는 “노인들의 경우 빠찡꼬가 유일한 취미인 경우가 많고, 의존증이라 부를 만한 상태이면서도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입력 : 2010-11-10 21:46:13수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