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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가 더 작아졌네요?”

 1년 5개월 전 몽골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 조림사업을 벌이는 이들과 함께 찾았던 몽골 수도 울란바타르 서쪽 바양노르솜의 이름 없는 작은 호수는 한껏 쪼그라들어 있었다몇 해가 더 지나면 더 이상 호수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큰 웅덩이가 되어버릴 것처럼 보였다.

 바양노르 주민들도 5년 전과 비교하면 반도 안 될 정도로 줄어들었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우물도 있고,멀리 다른 호수가 있긴 하지만 한해 한해 호수가 줄어드는 것은 현지 사람들에게 있어 걱정을 넘어서 공포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호수로서의 생을 마감해 가고 있는 그 작은 호수가 수천 년 동안 유목생활을 이어온 이들의 생활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수도 있겠구나 하는 걱정도 들었다.

 2015년 3월 9일부터 14일까지 4박 6일의 일정으로 찾은 몽골의 모습은 2013년 8월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당시에는 몽골의 사막화 현장에서 나무 심기운동을 벌이고 있는 푸른아시아와 함께 조림 사업이 진행 중인 지역을 방문했었는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의지와 노력의 성과를 지켜봤었다하지만 다시 찾은 몽골에서 목격한 것은 인간의 노력을 무색케 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자연과 그 변화가 일으키고 있는또 일으키게 될 재앙의 전조들이었다.

 몽골의 초원과 사막은 2014년 말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던 SF영화 인터스텔라’ 속 모래폭풍이 일어나기 직전과 같은 모습이었다황사를 취재하러 간 기자로서는 불행하게도 거대한 모래폭풍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몽골 곳곳에서는 작은 모래바람들이 곳곳에서 불고 있었다자동차가 비포장도로나 아예 길이 없는 초원을 달려갈 때는 물론이고양이나 염소소나 말 등 가축들이 천천히 걸어가는 곳에서도 모래가 피어올랐다겨우내 눈이 오지 않아 초원과 사막이 눈에 덮여있지 않은 탓에 황사가 발원할 조건이 갖춰져 있다는 한국 기상청의 분석대로였다.

 

고온으로 몽골의 사막화 더욱 빨라질 우려

 

 황사가 피어나는 현장을 찾아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을 찾아 헤매면서 만난 몽골인들마다 입을 모아서 말했던 것도 겨울이 겨울 같지가 않다눈이 너무 안 온다는 얘기였다한겨울 기온이 영하 20~30도라는 얘기를 듣고 목토시에 등산양말장갑에 핫팩까지 옷과 방한용품을 잔뜩 싸들고 간 것이 무색하게 몽골의 기온은 생각보다는 덜 춥게 느껴졌다몽골인들에게는 봄날씨처럼 느껴지는 영하 10도 안팎의 기온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유목민의 게르에서는 반팔이나 얇은 겉옷만 입고 뛰노는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사실 습도가 높은 한국과는 달리 건조한 몽골의 추위는 바람만 불지 않으면 참을 만한 정도였다아침과 밤기온이 가장 낮게 내려갔을 때를 제외하면 말이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서쪽으로 190킬로미터 떨어진 바양노르솜의 호수가 말라붙으면서 작아지고 있다.

 

 몽골 환경녹색개발관광부 담당 국장이나 언론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해 접한 몽골인들이 몽골은 기후변화의 첫 번째그리고 최대의 피해국가다라고 호소하는 것 역시 겨울의 변화가 모든 몽골인의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심각하기 때문이었다특히 2013년 말과 2014년 초지난해 말과 올해 초 두 번의 겨울 동안 몽골의 평균 기온은 예년보다 무려 10도 이상 올라갈 정도의 이상 고온을 기록했다몽골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2013년 겨울의 평균 기온은 영하 26도였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각각 영하 11도와 영하 9도였다겨울이 춥지 않다보니 눈이 거의 내리지 않게 된 것은 특히 몽골의 사막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눈이 녹은 물이 초원의 수목을 자라게 하고강과 호수에 물을 공급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눈이 적게 내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몽골 내 대부분 지역을 사막으로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몽골의 겨울이 따뜻해진 것이 몽골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 바로 이번의 황사미세먼지 취재를 위해 몽골을 방문한 이유였다눈이 오지 않다보니 초원과 사막의 모래를 잡아둘 수가 없고황사가 발원할 가능성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몽골 정부의 집계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연간 20회 정도 발생했던 모래폭풍은 최근에는 60회 정도 빈도로 늘어났다여기에 상승기류를 일으키는 저기압이 발생하면 모래가 상공으로 올라가 황사가 되고한국 쪽으로 부는 북서풍이 불면 그 황사가 한국까지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푸른아시아’ 활동가들이 사진으로 보여준 모래폭풍의 크기는 예상을 뛰어넘는 크기였다인터스텔라 속에서 프로야구 경기를 중단시키고차창 밖으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만들던 그 모래폭풍이 몽골에서는 이미 현실이었다.

 

염소 방목도 사막화의 주요 원인

 

 그러나 몽골인들은 기후변화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피해자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몽골인들 역시 목축을 통해 사막화를 앞당기고 있는 책임자이기도 하다특히 다른 가축과 달리 뿌리까지 뜯어먹어 더 이상 풀이 자라지 못하게 만드는 염소의 진실은 드넓은 초원에서 만나는 목가적인 풍경들이 그냥 평화롭게만 여겨지지 않도록 만들었다몽골인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전에는 유목민들이 양과 염소를 8 : 2의 비율로 키웠는데 최근에는 점점 염소의 수를 늘리고 있다이유는 염소에게서 고급 원단인 캐시미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많은 수입을 유목민들에게 안겨주기 때문이었다. 2013년에 방문했을 때는 물론이고 이번 취재에서도 초원의 가축 무리에서는 염소의 수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었다.

 몽골인들도 염소의 폐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이번 취재에서 만난 몽골 정부 관리나 사막화연구소의 연구자들조차 염소가 사막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하지만 사회주의를 포기한 지 20년이 넘은 몽골에서 염소 방목을 막을 방도는 없다몽골 전체의 가축 수는 몽골 정부가 자체적으로 분석한 적정 가축 두수인 4000만 마리를 넘어선 지는 이미 오래고지난해 5200만 마리를 기록했다올해는 7000만 마리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 몽골 통계청의 예상이다.

 하지만 염소로 고수입을 올리는 유목민들의 수는 많지 않다풀이 많은 북부에서 수천 마리수만 마리 규모로 방목을 하는 이들은 높은 수입을 올릴지 몰라도 점점 척박해지는 중부와 남부의 초원에서는 대부분 유목민들이 수백 마리 정도의 가축을 키울 뿐이다바양노르에서 좀 더 서쪽인 어기노르로 가는 길에 만난 유목민은 대화 내내 힘들어요정말 힘들어요.”를 연발하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삶을 지탱해온 토대들즉 가축을 먹일 풀과 물처럼 옛날에는 당연하게 생각해온 것들이 언제 사라질지 두려워하는 모습이었다그 토대들 중 일부만 삐끗해도 울란바타르 주변 산들에 형성된 빈민촌을 말하는 게르촌의 환경 난민으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주변에 일명 게르촌이라 불리는 빈민촌이 형성돼 있다. 

 

  수도 울란바타르 주변 대규모 빈민촌 형성

 

 몽골 전체 인구는 최근 300만명을 넘어섰는데 이 가운데 수도 울란바타르에 거주하는 인구는 130만 정도이다.그리고 유목민들의 이동식 천막을 말하는 게르와 판잣집들로 이뤄진 게르촌의 인구는 울란바타르 인구의 40~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몽골 방문 둘째 날이었던 지난 3월 10일 찾아간 게르촌은 한눈에 들어오기는커녕 360도를 돌며 살펴봐도 전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광대한 규모였다. 2013년 8월 찾아갔을 때는 아직 울란바타르를 둘러싼 산의 중턱 정도까지만 형성돼 있던 게르촌은 어느새 산을 넘어가고 있었다울란바타르를 둘러싼 채 분지를 형성하고 있는 산들에는 나무 울타리로 구획을 나눠놓은 커다란 사각형마다 천막과 판잣집들이 들어서 있었다.

 2000년대 초반 게르촌이 형성되기 시작했을 때는 폭설로 인해 가축을 잃은 이들이 울란바타르에 일자리를 구하러 온 환경 난민들이 많았다고 한다이후에는 환경 재앙과 상관없이 울란바타르에서 허드렛일이라도 하려고 무작정 상경한 이들로 인해 게르촌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게르촌에서 만나 천막 안에서 대화를 나눈 한 유목민 역시 고향의 가축들을 동네 주민들에게 맡겨놓고일자리를 찾아 울란바타르에 이사를 온 경우였다부인은 청소 일자리를 구했지만 자신은 실업 상태라고 말한 그는 일자리 소개를 푸른아시아’ 활동가들에게도 부탁했다. ‘푸른아시아가 환경난민들과 함께 조성 중인 울란바타르 동쪽 에르덴의 조림사업장의 일자리를 소개해 주겠다고 하자 그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롬바르드(전당포호황 … 서민들의 고달픈 삶 반영

 

 유목민들뿐 아니라 몽골인들의 삶이 갈수록 신산해지고 있다는 점은 울란바타르 시내 곳곳의 간판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층 건물이 들어서고한화로도 5~6억원에 달하는 고급 아파트가 늘어나고카페베네나 탐앤탐스 같은 외국 커피 체인까지 들어서고 있는 몽골 시내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간판은 롬바르드였다비행기에서몽골어 첫걸음’ 책으로 익힌 키릴 문자를 더듬더듬 읽다보니 유독 롬바르드라 쓰인 간판이 많아 통역을 맡은 이들에게 물어보자 돌아온 대답은 전당포라는 것이었다월급은 오르지 않는데 물가가 너무 빠르게 오르다보니 서민들의 생활이 어렵고집에 있는 물건이라도 맡겨 돈을 마련하려는 이들이 많다보니 전당포만 호황이라는 얘기였다.노트북카메라 등 전자제품을 받는다는 문구를 써놓은 전당포들도 많았다.

 몽골 서민들의 삶을 특히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은 몽골의 화폐인 투그릭이 갈수록 싸지고 있는 점도 있다불과1년 5개월 전만 해도 1000투그릭은 1000원 정도로 환전됐었는데 지금 1000투그릭으로는 560원 정도의 한국 돈을 받을 수 있다상당수의 공산품을 외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몽골인들에게는 물가가 2배 가까이 오른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비관적인 상황으로 가득한 몽골에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나무를 심는 일밖에는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땅이 척박하고겨울이 길다보니 나무가 자라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꾸준히 나무를 심는 것은 사막화를 막는 유일한 방법인 동시에성과를 내고 있는 방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실제로 조림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지역에서는 눈에 띄게 모래바람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주민들이 조림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책임을 맡게 된 지역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모델이 될 수도 있다.

 몇 년 후 다시 몽골을 찾는다면 더욱 절망적인 광경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을지도 모른다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나무를 심는 행위는 목가적인 지옥으로 변하고 있는 몽골에서 유일한 희망일지도 모른다어린 왕자 속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구절의 우물은 다름 아닌 아주 작은 희망을 말하는 것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


* 이 글은 관훈클럽 홈페이지의 '화제의 취재 현장'에도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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