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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 과학 이야기

영화 '그래비티' 속 과학과 허구



우주 관측을 위해 지구 주변을 돌고 있는 허블망원경은 고도 559㎞에 경사각 28.5도이며, 국제우주정거장(ISS)은 고도 417~420㎞에 경사각 51.65도이다. 영화 <그래비티>에서 허블망원경과 우주정거장이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여준 것은 영화적 설정이다.


영화 그래비티를 본 후 감탄하신 분들 많으셨을 겁니다. 3d나 4d로 보신 분들은 더 실감 나는 화면을 보면서 날아오는 우주 쓰레기에 깜짝 놀라신 분들도 있을 거고요. 인터넷 기사 댓글에는 4d관에서 보다가 우주쓰레기 날아오는 장면에서 놀라 팝콘을 쏟았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팝콘이 우주쓰레이긴 줄 알고 기겁을 했다라는 내용도 있더군요. 이건 좀 과장된 댓글인 것 같긴 하지만 그만큼 몰입도가 높았다는 의미겠지요.


그런데 영화의 핵심적인 설정 중에서 허블망원경을 수리하던 주인공들이 근처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우주복에만 의지해 이동하고, 또 거기서 소형우주선 소유스로 중국의 우주정거장 톈궁으로 이동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위 그림처럼 국제우주정거장과 허블망원경, 톈궁의 궤도가 각각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지요. 각각의 인공위성은 저마다의 목적에 따라 궤도와 고도가 다를 수밖에 없으니 사실 지구 궤도상에서 저 3개가 근처에 모이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어려운 일일 겁니다. 일단 고도부터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주인공들이 우주복으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사실 그밖에도 영화 속에는 말이 안 되는 부분이 여러 장면 나옵니다. 소화기 부분은 기사에선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언급했지만 사실 누르면 마구 뿜어지는 소화기를 정밀하게 조종해서 자신이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추진장치로 삼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일 겁니다. 또 주인공들이 우주공간에서 이리저리 내팽개쳐지다가 우주정거장의 온갖 장치들을 붙잡아 목숨을 건지는 장면 역시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우주복 장갑이 정밀한 작업을 하기는 어려운 구조인 데다 우주정거장 등의 속도가 시속 수만킬로미터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말이지요.

샌드라 불럭이 중국의 지구귀환용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돌아오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지구로 들어가는 각도가 조금만 잘못 돼도 불타버리거나 튕겨나가기가 십상인데 처음 다뤄보는 우주선으로 혼자서 생환에 성공한다는 것은 무척 낮은 확률일 것 같습니다.


이처럼 영화 스토리가 말이 안 되게 만드는 허구적인 설정들에 비하면 사실 샌드라 불럭의 머리가 단정하게 내려앉아 있는 모습은 애교라고 봐줘야 될 정도지요. 여주인공의 머리가 산발이 되어서 나온다면, 아무리 그것이 사실적인 촬영이라 하더라도 좋아할 관객은 많지 않을 것 같네요.


아, 물론 과학적으로 타당하고, 현실과 다름없이 정밀하게 그려진 부분도 많습니다. 칭찬하는 과학자들도 많고요. 저 역시 영화 보는 내내 몰입해서 보았고, 다른 분들께도 추천하고픈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싫어서 이렇게 꼬집고 있는 것은 아니란 말씀이지요.


아직 안 보셨다면 극장에서 꼭 3d, 4d로 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관련 기사는 아래 링크를 보시면 됩니다.


우주 조난 다룬 영화 ‘그래비티’ 속 과학과 허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0272215565&code=61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