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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사 2010.8.~

헤즈볼라, 레바논 정권 장악

헤즈볼라, 레바논 정권 장악


ㆍ신임 총리에 미카티 지명… 수니파 반발 정국 혼란 증폭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가 내세운 나지브 미카티 전 총리(55)가 레바논의 새 총리로 지명됐다. 이란과 시리아의 지원을 받아온 헤즈볼라가 정권을 장악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반대세력인 수니파가 수도 베이루트 등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며 거세게 반발했고 미국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어 정국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미셸 술레이만 레바논 대통령은 25일 미카티를 신임 레바논 총리로 임명했다고 대통령실이 성명을 통해 밝혔다. 미카티는 이틀간 진행된 정부구성 투표에서 128명의 의회 의원 가운데 헤즈볼라와 시아파 의원 등 68명의 지지를 획득해 사드 하리리 임시총리(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의 아들)를 눌렀다. 미카티 총리는 27일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대화를 시작할 것이며 레바논의 모든 정파가 이견을 극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친시리아계 수니파인 미카티는 하리리 전 총리가 암살된 이후 혼란이 계속되던 2005년 4월부터 석 달간 임시총리를 맡은 바 있다. 미국 하버드대 출신으로 1980년대 레바논 내전 당시 통신회사 인베스트콤을 설립해 경영하다 2006년 회사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MTN그룹에 55억달러(약 6조1500억원)를 받고 매각한 바 있다. 

헤즈볼라가 온건파이며 친시리아계 수니파인 미카티를 내세운 것은 이슬람 무장정파라는 우려를 불식시켜 하리리 임시총리 등 친서방 세력이 연정에 들어오도록 압박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 오는 3월 발표될 유엔 특별재판소(STL)의 조사결과 하리리 전 총리의 암살배후가 헤즈볼라임이 밝혀지더라도 이를 무마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지적된다. 헤즈볼라를 비롯한 야당들은 지난 12일 STL이 헤즈볼라 간부들을 암살배후로 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사임했고, 이에 따라 하리리 임시총리가 이끌던 연정이 붕괴된 상태다.

하리리 임시총리의 지지자들은 25일 수도 베이루트와 남부 항구도시 시돈 등 곳곳에서 이틀째 반 헤즈볼라 시위를 벌였다. 진압에 나선 군병력과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베이루트 남부지역 나아메흐 등에서 시위대 2명이 부상했다. 

시리아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의 영향력 약화를 위해 2006년부터 레바논에 대해 7억2000만달러(약 8300억원)의 군사원조를 해온 미국도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필립 크롤리 백악관 공보담당 차관보는 24일 헤즈볼라가 정권을 장악할 경우 미국의 레바논 원조가 계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기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