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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긴 본 영화

작은 공동체에 대한 믿음과 긍정, 토일렛 레터스 투 줄리엣 이후로 영화 본 감상을 안 올린지라 본 지 좀 된 영화들은 나중에 뭉뚱그려서 올리고, 일단 최근에 본 영화들 감상부터 올리겠습니다. 우선 토일렛부터 갑니다. 토일렛, 오기가미 나오코 - 스폰지하우스 광화문, 12월 10일 미키 사토시 감독의 영화들을 흔히 미키 월드라고 부릅니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드라마 '시효경찰' 시리즈, '인스턴트 늪' 같은 미키 사토시의 작품들에서만 볼 수 있는 특유의 유쾌, 발랄, 엉뚱한 캐릭터들과 말이 안 되는 데도 수긍이 가는 사건들 덕분에 생긴 말이지요. 그런데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에게는 오기가미 월드보다는 오기가미 타운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요. 오기가미 감독은 요시노 이발관, 카모메식당, 안경, 토일렛 등의 장편영화를 만들었는.. 더보기
뻔하지만 행복해지는 로맨스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 cgv주안 전 왜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제목의 줄리엣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그 줄리엣일 거라는 생각을 못했을까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말이지요. 저 빼고 다른 분들은 다 제목만 보고도 짐작하셨을 생각 그대로, 이 영화는 줄리엣에게 보내는 편지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이탈리아 베로나에 가면 줄리엣의 집이 있고, 그 집 담벼락에는 전 세계의 사연있는 여자들이 와서 편지를 써서 붙여놓고 가지요. 대한민국 서울시 같으면 그 편지들을 남김없이 모아서 버릴 테지만, 베로나 시는 전담 부서를 만들어서 그 편지들에 다 답장을 해준다고 하네요. '줄리엣의 비서'라는 이름이 붙여진 15명의 공무원이 한 해에 쓰는 편지가 약 5000통 정도 된다는군요. 로맨스영화가 늘 그렇듯이 우여곡절 끝에 주인공들이 행복하.. 더보기
어쩔 수 없이 울게 되는 영화 '울지마 톤즈' 영화공간 주안 울지마 톤즈는 내전으로 피폐해진 수단 톤즈 지방에서 주민들을 위해 헌신하셨던 이태석 신부님에 대한 다큐멘터리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시면서 눈물을 흘리셨을 거에요.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이 짠해지는 부분은 신부님의 영결식 장면을 톤즈 아이들이 보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어요. 키가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딩카족 아이들이 큰 키만큼 순수한 얼굴로 흘리는 눈물을 보면서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아무리 아프고, 슬퍼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는 딩카족 아이들이 울게 된 이유는 신부님의 말 그대로 살신성인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아마 다들 이태석 신부님의 수단에서의 활동을 보며 놀라셨을 겁니다. 하루 종일 진료를 하고, 밤에 환자가 찾아와도 절대로 마다하지 않.. 더보기
계몽영화, 옥희의 영화, 땅의 여자, 슈퍼 배드 지난달에 본 영화들이라 새로 감상을 쓰기 귀찮아서 땅의 여자와 계몽영화는 트윗에 올렸던 단상으로 대체. 다른 두 영화도 짧게만...-_- 땅의 여자 9월 17일 하이퍼텍 나다 '땅의 여자'를 보고 나서 떠오른 단상. 말과 글로만 아름다운 얘기들을 쏟아내는 이들 한 트럭보다 가장 낮은 곳에서 묵묵히 삶을 살아내는 활동가 한 명이 훨씬 더 소중한 존재다. 옥희의 영화 9월 17일 상상마당 옥희의 영화를 보고 가장 신기했던 것은 같은 배우가 같은 이름의 인물을 연기하는 네 편의 단편들이 서로 연계되는 것 같으면서도, 서로 분리돼 있고, 또 시간 순서에 따른 인과성이 없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이면서도, 기억의 불완전성과 인식의 주관성을 감안하면 또 완전히 인과 관계를 무시할 수까지는 없지 않나 하는 것이.. 더보기
침묵하는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우선 영화 좀 좋아한다, 그리고 피가 철철 흐르는 화면도 영화만 괜찮으면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중 아직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을 안 보신 분이 있다면 바로 보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 올해 놓쳐서는 안 될 영화니까요~ 스토리는 간단합니다. 서영희 씨가 연기하는 학대 받고 살던 김복남이라는 여성이 자신을 학대해온 가해자, 그리고 가해자들에 대해 묵인해온 방관자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이니까요. 그 와중에 지성원 씨가 연기하는 복남의 친구 해원이 끼어들면서 새로운 파국이 연출되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단순한 스토리를 보면서 저는 참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목을 자르고, 피가 튀기는 슬래셔무비여서가 아니라 다른 무엇 때문에 마음 한곳이 계속 불편했는데 한참 뒤에야 원인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건 복남의 .. 더보기
빌려 생활하는 이들에 대한 영화, 마루 밑 아리에티 9월 13일 왕십리cgv 지브리 스튜디오의 신작 '마루 밑 아리에티'를 봤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각본을 맡았고, 요네바야시 히로마사라는 사람이 연출을 맡았는데 네이버에서 검색해 본 거로는 73년생 젊은 감독이라는 것 외의 정보는 찾지 못했습니다. 영화 내용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제목만으로도 마루 밑에 사는 소인 아리에티와 인간 누군가와의 관계를 다룬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을 아실 수 있을 테니까요. 꼭 보셔야 할 정도라고까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강추할 만한 작품인 건 사실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그보다는 제목에 쓴 대로 빌려 생활하는 것에 대해 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한국 제목 '마루 밑 아리에티'의 일본 원제는 '借りぐらしのアリエッティ'로 빌려 생활하는 아리에티라는 뜻이에요. 영어.. 더보기
유쾌할 뻔했던 아나키즘 소동극 '남쪽으로 튀어' 8월 19일 서울극장 '남쪽으로 튀어'는 오쿠다 히데오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영화입니다. 대학 시절 아나키스트로 활동했던 부부와 그들의 세 아이, 그리고 그 친구들이 벌이는 소동극이에요. 원작의 시끌벅적한 내용과 빠른 진행에다 일본 영화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가 어우러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기는 개뿔, 원작에서 나름 의미있던 부분들은 싹 없애버리고 맘대로 내용을 확 줄여버린 데다가 한바탕 소동이 벌어져야 하는 장면인 데도 그닥 활기차 보이지 않는 연출 덕에 다소 실망했네요. 원작을 안 보고 영화만 보신다면 키득키득 웃으며 즐겁게 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원작만큼의 유쾌함을 기대하고 가신 분들은 저처럼 실망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나키 성향으로 가득찬 전반부와 오키나와인의 긍지.. 더보기
살아보지도 않은 60년대를 그리워 하게 하는 영화 '테이킹 우드스탁' 8월 18일 압구정cgv 8월 중순에 본 영화에 대해 이제야 감상을 쓰고 있네요.-_- 국제부로 옮긴 탓이라고 애써 변명해 보지만, 그냥 게을러서 늦게 쓰는 것일 뿐입니다...... 각설하고, 이안 감독은 역시 관객들을 실망시키는 법이 없네요. 얼마 전 봤던 '기적의 오케스트라 - 엘 시스테마'의 경우 엘 시스테마의 기적 같은 성공과 확대가 참으로 대단한 것이라는 내용을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너무 직접적으로, 게다가 반복해서 들려주다 보니 '그래 참 대단하구나'라고는 느껴도 별 감흥이 안 생겼었습니다. 그에 비해 우드스탁을 재현한 이 영화는 우드스탁 자체보다는 그 거대한 락페스티벌이 시작되기 전에 집중하고, 또 시작된 후에도 주변의 이야기들만을 보여주면서도 참 대단하구나라는 느낌을 안겨 줍니다. 이런 .. 더보기
이끼 대한극장 8.16. 조조. 휴가 첫 날, 이끼를 조조로 보았습니다. 휴가 중에 보기 딱 좋게도 상영시간이 2시간 40여분 정도로 길었었지요.^^ 이끼는 사실 제 주위에서도 평이 엇갈리는 영화였습니다. "너무 재밌었다. 최고다"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별로다. 볼 필요 없다."는 의견도 많았거든요. 인터넷에서는 원작을 본 사람은 안 보는 게 낫고, 원작을 안 본 사람은 봐도 괜찮다 정도의 의견도 많았습니다. 강우석 감독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애초에 볼 생각을 안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저도 사실 그 안에 포함되는 것 같습니다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원작을 본 분이나 안 본 분이나 한번 볼 만은 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봐야할 영화는 아니겠지만요. 우선 원작보다는 많이 못하지요. 배우들.. 더보기
기적의 오케스트라 - 엘 시스테마 압구정cgv 8.18. '기적의 오케스트라 - 엘 시스테마(이하 기적의 오케스트라)'는 베네수엘라의 아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전국 규모의 오케스트라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입니다. 엘 시스테마를 만들고 키운 이들, 그 안에서 희망을 찾은 아이들, 그리고 자라난 후 아이들을 가르치는 청년들 등을 통해 암울했던 베네수엘라가 조금씩 더 나아지는 데에 이 오케스트라가 일조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근데 문제는 제 마음이 메말라서인지는 몰라도 크게 감동적이지는 않다는 점이에요. 15세만 되면 총을 들게 되고 몇 개월 후면 주검으로 발견된다는 영화 속 한 아이의 말처럼 가혹한 현실 속에서 음악이 주는 희망을 소재로 삼는다면 당연히 큰 감동, 어쩌면 눈가에 이슬도 살짝 맺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이잖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