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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동물, 함께 사는 이야기

4대강 사업 후 재퇴적된 모래톱에는 누가 살까요?

13일 아침 일찍 서울을 떠나 칠곡보와 합천창녕보 일대를 둘러보고 왔습니다. 오랜만에 간 합천창녕보 주변에서는 하류로 1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재퇴적된 모래톱 주변을 잠시 살펴보니 다양한 동물과 그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먼저 모습을 드러낸 동물들부터 만나보시지요.


먼저 알락할미새와 검은등할미새가 반겨줍니다. 귀여운 겉모습과 날아오를 때의 모습이 인상적인 새였습니다. 도감에 나온 알락할미새의 정보는 '여름철새, 흔함'이네요. 검은등할미새는 '텃새, 흔함'이고요. 그렇다면 알락할미새가 아니라 전부 검은등할미새인걸까요? 도감의 그림과 비교하면 알락할미새가 확실한 것 같은 개체들이 있는데, 여름철새가 아닌 알락할미새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으로는 기러기가 보입니다. 기러기들이 날아가는 뒤편으로는 합천창녕보 좌안에서 휴일임에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하안정비공사 모습이 보입니다. 4대강사업이 여전히 시민들의 세금을 잡아먹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장이었습니다.




문득 하늘을 보니 독수리들이 보입니다. 먹잇감이라도 찾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모두 18마리의 독수리가 합천창녕보 하류 1킬로미터 아래쪽 농지 위를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잠시 자리를 피했다가 돌아오니 독수리들은 물가로 와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차를 세운 지점에서 왼편에는 9마리가 반상회라도 하듯 둘러앉아 있었고, 조금 먼 오른편에는 한 마리가 까마귀 몇 마리와 함께 앉아있었습니다. 마치 까마귀들과 대화라도 하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독수리는 사냥을 하지 않기 때문에 까마귀는 독수리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독수리들에게 먹이를 주면 까마귀나 까치가 먼저 내려앉는데 특히 까치들은 까마귀에게 텃새를 부리기도 합니다. 독수리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에 소개된 제 졸저에도 들어있습니다.([책과 삶]동물도 ‘잘 살고 잘 죽을 권리’ 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960205&artid=201501092102325)







그런데 독수리들에게 저희가 귀찮게 느껴졌나 봅니다. 귀찮다는 생각이 먼저 든 개체부터 오른편의 까마귀 대화장으로 하나씩 둘씩 이동하더군요. 하긴 몇 킬로미터 밖도 다 볼 정도로 눈 좋은 독수리들이 저희를 못 봤을 리가 없겠죠.







독수리가 줄어들기 시작한 왼편과 달리 좀 더 먼 오른편엔 독수리가 늘어나게 됐지요. 독수리들을 귀찮게 한 것이 미안해 서둘러 현장을 떠났습니다. 큰 새들일수록 한번 날 때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텐데, 애써 동물 사체를 뜯어먹으면서 북상할 힘을 모으는 독수리들의 심사를 불편하게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할미새, 기러기, 독수리를 만나기 전에는 여러 동물들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모래톱이기에 만날 수 있었던 이 흔적들은 바로 발자국이었습니다. 기러기들이 앉아있던 곳의 새 발자국은 아무래도 기러기겠지요? 그외에 수달과 고라니의 발자국도 보입니다. 4대강사업 때 무자비한 준설로 인해 사라졌던 모래톱이 자연에 힘에 의한 재퇴적으로 돌아오자 동물들도 모래톱으로 돌아온 것으로 보입니다. 또 준설을 한다해도 모래톱은 또 다시 돌아올 것이고, 동물들도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그 중간에 발생하는 불필요한 희생이 몹시 안타깝긴 하지만요. 낙동강이 원 모습을 찾아 동물들이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게 되는 날을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