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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동물, 함께 사는 이야기

양의 해, 산양들의 수난

올해는 을미년(乙未年), 양의 해입니다. 청양의 해라고들 하더군요. 그런데 한국의 야생 산양들, 특히 설악산의 산양들은 양의 해에 더없이 큰 위협을 당하고 있습니다. 바로 설악산 케이블카라는 대규모 개발행위를 추진하는 이들이 있어서지요. 양양군과 강원도가 주축이 된 이 사업에는 청와대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며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소식은 안 그래도 겨울마다 쏟아지는 폭설에 몸이 묻히면서 굶어 죽고, 먹이를 찾지 못해 탈진한 채 발견되곤 하는 산양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을 것입니다. 케이블카는 무거운 짐을 지고 겨우 사막을 걸어가는 낙타에게 커다란 짐 하나를 올리는 것처럼 산양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줄지도 모릅니다. 


녹색연합이 설악산 해발 1100미터 지점에서 무인카메라로 포착한 산양들의 모습과 배설물, 발자국 사진을 올려봅니다.












설악산에 사는 산양들에 대한 기사는 아래 첫 번째를, 케이블카 논란에 대한 찬반 양측의 주장은 두 번째 기사를 참고하세요.


[단독]설악산 케이블카 예정지에 ‘산양’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2170600025&code=610103


[지금 논쟁 중]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8212106295&code=990100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이 산양은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종 복원사업을 벌이고 있는 동물이기도 합니다. 한쪽에서는 수를 늘리기 위해 애쓰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산양의 생존을 위협하는 개발 행위를 추진한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일이 아닐까 싶네요.


만약 양양군이 대통령의 발언을 등에 업고, 다시 케이블카를 신청하려 한다면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노력은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선진국의 사례처럼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공법을 사용한다든가, 정상인 대청봉과는 먼 구간을 택해서 정상 부근의 탐방 압박을 줄인다든가, 명백히 산양이 서식하는 지역은 피하는 등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하지 않을까요. 그것도 안 한 채 별다를 것 없는 계획을 제출하는 것은 시민들에게 ‘후안무치’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할 것입니다.


이전 계획과 별반 차이가 없는 케이블카 계획에 대해 환경부가 취해야할 태도도 자명합니다. 노선만 바꾼 채 경제적인 타당성이나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가 그대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내용이라면요.


부디 양의 해인 2015년이 설악산 산양들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어리석은 결정이 내려진 해로 기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