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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동물, 함께 사는 이야기

북한산 멧돼지는 사람과 함께 살고 있었네



북한산 구기동에서 지난달 16일 밤과 낮에 무인카메라가 찍은 사진입니다. 주민들이 낮에 산책하고 있는 곳을 밤에는 멧돼지들이 활보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지난해부터 멧돼지가 도심에 나타났다는 기사가 늘어나고, 올해 늦여름과 가을에는 북악산 주변을 중심으로 멧돼지 출몰 기사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언론이 왜 멧돼지가 도심에 자주 나타나게 되었는지 설명하는 기사들을 쏟아냈는데요, 대부분 개체 수 증가를 원인으로 꼽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한국에 서식하는 멧돼지의 개체 수가 정말 갑자기 급증한 것일까요? 한국의 산들이 멧돼지에게 있어 그닥 좋은 환경이 아닐 텐데 어째서 멧돼지가 증가한 것일까, 또 산이 멧돼지가 살기 좋은 환경이 되어서 개체 수가 증가했다면 왜 멧돼지들은 도심으로 내려오는 것일까. 아래 기사들은 이런 의문에서 출발한 내용들입니다.


기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멧돼지의 개체 수가 일부 지역에서 급격히 늘어나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마다 멧돼지가 도심에 내려오는 이유는 조금씩 달랐습니다. 지역에 따라 멧돼지 출몰이 빈번해진 이유는 다르다는 것이지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들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탐사보도 ‘세상 속으로’]유해조수의 진실… 멧돼지 도심 출몰, 개체수 늘어난 탓만은 아니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1292304165&code=610103


[탐사보도 ‘세상 속으로’]멧돼지 만났을 땐… 소리 지르거나 등 보이고 달아나면 위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1292304045&code=610103


[탐사보도 ‘세상 속으로’]일본선 사슴·원숭이·곰, 독일선 멧돼지, 영국선 길여우와 전쟁 중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1292304095&code=610103




서울대 산림자원학부와 북한산국립공원에서 구기동에 붙여놓은 경고문입니다. 멧돼지를 포획한 후 연구하기 위한 포획틀이 바로 이 근처에 있었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멧돼지를 관찰하기 위해 나무에 부착해놓은 무인카메라입니다.


포획틀 모습. 꿩 한 마리가 들어가서 죽은 채 발견되었습니다.


멧돼지가 목욕 후 몸을 비비는 비빔목.


구기동 인근 멧돼지들의 목욕탕. 빗물이 고여 자연적으로 형성된 물웅덩이인 것으로 보입니다.


위의 사진들은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한상훈 과장님과 함께 종로구 구기동 북한산 인근 지역을 돌아보면서 촬영한 것들입니다. 민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인데도 멧돼지의 흔적들로 가득하더군요. 주민들은 멧돼지를 보는 일이 워낙 흔하다보니 봐도 그러려니 할 때가 많다고 하네요.



북한산 구기동 주변 민가에서 멧돼지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벽돌을 쌓아놓은 모습입니다.


하지만 멧돼지는 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벽돌 위쪽에 구멍을 내고 드나들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함부로 버린 음식쓰레기와 텃밭에 키우는 채소가 멧돼지에게는 유혹을 이기기 힘든 먹이들이다보니 다소의 위험은 감수하는 것이겠지요. 한상훈 과장님에 따르면 이런 형태의 울타리는 멧돼지에게는 무용지물에 가깝다고 하네요. 



은평구 진관사 인근 텃밭에 남아있는 멧돼지가 파헤친 자국. 이 근처에는 그네를 매달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어린이들의 놀이터로 쓰고 있는 공터도 있었는데요, 낮에는 어린이 놀이터, 밤에는 멧돼지 놀이터가 되는 곳이었습니다.




수도방위사령부 산하 군부대에서 붙여놓은 현수막입니다. 한상훈 과장님과 함께 취재하러 돌아다니는데 멀리서 총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더군요. 군에서 사격훈련을 실시하기 전 경고하는 방송을 좀 더 길고, 크게 해야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관사 인근에 남아있던 멧돼지 배설물. 하루 정도 지난 것처럼 보인다고 하네요.


이렇게 멧돼지들이 사람들과 가까이 살고있었다면 이젠 멧돼지와 어떻게 공존할지, 어떻게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지를 고민해봐야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야생동물과 더불어살기 프로젝트가 계속해서 많은 지역에서 진행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