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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관련 기사 2010.2.~

“바레인군, 시위 중 부상당한 환자까지 구타·고문”

“바레인군, 시위 중 부상당한 환자까지 구타·고문”

ㆍ국경없는의사회 밝혀

바레인 당국이 반정부 시위 도중 다쳐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까지 조직적으로 구타, 고문을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20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국제 구호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이날 바레인의 하마드 빈 이사 알 칼리파 국왕에게 충성하는 보안군이 지난 2월 이후 계속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 도중 부상한 환자들을 상시적으로 고문하거나 구타해왔다고 밝혔다.

최근 바레인을 떠나 영국으로 온 MSF 바레인 지부 대표 조나단 위톨은 “수도 마나마의 살마니야 종합병원에서는 지난 3월17일부터 주둔하고 있는 보안군이 환자들을 하루 세 번씩 6층에 모아놓고 구타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안군은 검문소를 만들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며 “한 환자가 구타를 견디다 못해 퇴원을 하려 했으나 오히려 붙잡혀 다시 구타를 당한 후 수감됐다”고 말했다.

바레인 보안군이 병원을 장악한 채 환자들에게 잔혹행위를 거듭하자 바레인인들은 몸이 아프거나 다쳐도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위톨은 “머리를 다쳐 병원에 왔던 한 남성은 정부군에 끌려간 뒤 몇 주 후 뇌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채 다시 병원에 입원했다”고 덧붙였다.

바레인 정부는 이전에도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다친 시민들을 돌본 의료진을 위협하고, 체포하는 등 제네바협정에 위배되는 행태를 보여왔다. 지난 12일에는 반정부 시위에 참석해 국왕을 비판하는 시를 낭송했다는 이유만으로 한 여대생 시인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5함대가 주둔하고 있는 바레인에 대해 미국은 다른 중동 국가의 경우와 달리 침묵을 지켜 비판을 받아왔다.

바레인 정부는 지난 3월 시위 진압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의 군 병력을 지원받아 배치했다. 그러나 반정부 세력은 수천~1만명 규모의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