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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관련 기사 2010.2.~

탱크 對 페이스북… 시리아 시위 격화

탱크 對 페이스북… 시리아 시위 격화

ㆍ알 아사드 정권, 유혈진압 장면 외부 노출에 위성전화 등 차단 혈안

시리아 정부군 탱크가 반정부 시위의 중심도시인 다라 시내를 지나가고 있다. 이 사진은 4월25일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을 갈무리한 것으로 촬영된 날짜는 명시되지 않았다. 다라 | AFP연합뉴스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에 탱크를 동원한 유혈진압으로 대응하고 있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부가 시위 참가자들의 페이스북 비밀번호 확보에 혈안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외 언론의 현장 접근이 봉쇄된 상황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시리아 정부의 반인도적인 시위대 탄압 장면이 노출될 것을 두려워해서다. 

9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시리아 정부가 시위 주동자들의 페이스북 비밀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고문을 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특히 시리아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지난 3월 만들어진 반정부 세력의 페이스북 페이지 ‘시리아 혁명(www.facebook.com/Syrian.Revolution)’이다. 현재로선 시리아 소식을 알리는 주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시리아 시민들이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사진에 모욕의 의미로 신발을 붙인 채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사진은 시리아 반정부 세력의 페이스북 페이지 ‘시리아 혁명’에 게재된 것이다.

이 페이지는 10일 오후 현재 17만1850명이 좋아하는 사람으로 등록해 놓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군이 많은 활동가들을 체포하고 통신사정이 열악해지면서 시위 소식을 알리는 동영상과 사진 자료가 줄어들고 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는 또 시민들의 위성전화 사용을 막기 위해 이란 정부로부터 위성전화 신호를 차단하는 기술을 전수받았다고 보도했다.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주요 도시의 유선전화나 인터넷이 차단되면서 시민들이 위성전화를 통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에 정부군의 학살 장면과 시위 모습 등을 촬영해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2009년 벌어졌던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위성전화 차단 기술을 활용한 바 있다. 

시리아 정부는 현재 바니아스, 홈즈 등의 도시에 군병력과 탱크를 배치하고 유혈진압을 계속하고 있다. 라미 압둘 라흐만 ‘시리아 인권 관측소(SOHR)’ 대표는 9일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시리아군이 이날 시리아 제3의 도시 홈즈와 수도 다마스쿠스 교외의 모데미야를 습격해 시민들을 체포했다고 말했다. 두 곳 모두에서 총성이 울렸다고도 전했다.

체포된 시민의 수가 8000명가량에 달하면서 시리아 정부는 축구장을 임시수용소로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인권활동가들의 말을 인용, 바니아스와 다라 등 적어도 2개의 도시에서 축구장과 학교가 임시수용소로 사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니아스에서는 지난 토요일 이후 400명 이상이 군에 체포당했고, 다라에서도 비슷한 수의 시민들이 구금돼 있다. 텔레그래프는 지난 3월 이후 최소 650명이 군경에 살해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유엔은 시리아 정부가 유엔 인권조사팀의 다라 방문을 중단시켰다고 9일 밝혔다. 유엔은 지난 5일 아사드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유엔 조사팀의 다라 방문에 동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연합(EU)은 9일 성명을 통해 10일부터 시위대 탄압에 사용될 수 있는 무기의 시리아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